박진희 2시간동안 주진모와 키스신 찍어
기사입력 2000년 03월 14일 15시 21분
의욕이 너무 앞섰을까?
박진희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얼마전 서울 압구정동에서 진행된 KBS 2TV 미니시리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의 촬영현장.
촬영신은 대체로 간단. 주진모와의 몇마디 대화. 이어 주진모는 박진희에게 `기습 키스'를 하게 돼 있었다.
"별 것도 아니구먼."
박진희는 주진모와 껌 하나씩을 나눠 씹고 유유자적. 게다가 촬영 뒤엔 다른 스케줄까지 잡아 놓고 있었다.
하지만 촬영은 2시간여 계속됐다. 박진희는 라디오 생방송 외에는 모든 스케줄을 취소해야 했다.
문제는 키스신. 입술이 부르트도록 주진모와 입크기를 대봤지만 OK사인이 나지 않았다. 설상가상, 촬영팀의 기술적 NG까지.
꼼꼼하기로 소문난 연출자 이민홍PD. 마침내 특별지시를 내렸다.
"두사람 따로 연습 좀 하고 와！"
코디네이터와 매니저들은 두사람이 머리를 긁적이며 인근 아파트의 경비실로 향하는 것을 목격했다.
경비실에선?
박진희는 경비실은 가다 말았고, 별 얘기도 없었다고 했다. 단지 "집중력을 가지라"는 이PD의 말만 되뇌였다고.
"다 제 잘못이에요. 키스할때 버릇이 있거든요. 꼭 엉덩이를 쑥 뺀단 말이에요. 알면서 고쳐지지 않아요. 실제 인생 경험(?)이 적기 때문 아닐까요?"
박진희는 NG얘길 하면서도 신이 났다. 인터뷰 중에 고무줄 놀이하듯 폴짝폴짝 뛴다. 아는 사람이 지나가면 거수경례를 하며 농을 친다.
`성난…'에서 박진희가 맡은 신정희역. 실제 모습과 퍽 닮은 꼴이다. 밝고 명랑한 신세대. 부잣집 딸이지만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 할 정도로 자립심이 강하다.
여기에 주먹세계의 주진모를 양지로 이끌어내는 구원의 여신. 결국 주진모의 죽음으로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다.
박진희는 촬영을 코 앞에 두고 캐스팅됐다. 전격적이었지만 `진도' 따라가는데는 이상 무. 워낙 붙임성이 많고 실수를 인정할줄 하는 그녀의 장점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을 빗겨간 점도 있다. 내심 섹시이미지로의 변신을 노렸지만 극중 상황에 맞춰 청순-발랄 캐릭터로 바뀐 것. 그래서 연기자가 된 뒤 처음으로 허리까지 닿는 실리콘 머리를 붙였다.
"섹시한 모습은 요즘 상영중인 영화 `산책'에 다 나와요."
박진희. 정말 `못말리는' 당찬 신세대다.
[이유현 you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