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태, 5년만에 스포츠 최고액 배출 자존심 회복
기사입력 2000년 03월 13일 23시 35분
"형은 더 많이 받으셔야죠."
대구서 훈련중이던 현대 정민태는 12일 숙소 근처 식당을 찾았다가 뜻밖에 삼성 이승엽을 만났다. 떠들썩하게 반가운 인사를 나눈뒤 올해 몸값 3억원의 후배가 계약전의 선배에게 `덕담'을 한다. 선배는 하루뒤 1000만원을 더 보탠 3억1000만원의 계약서에 사인했다.
정민태와 이승엽은 지난해 1억원대 연봉에서 단숨에 3억원대로 2단 점프했다. 이제 막 IMF위기를 벗어난 상황. 프로야구는 3년연속 관중 감소끝에 지난해에야 겨우 인기를 되돌리기 시작한 참이다. 주변여건으로 따지면 다소 이상스런 이같은 연봉상승 바람은 `홈런킹' 이승엽의 힘이 그 진원지다.
아시아 홈런신기록에 도전하면서 화제의 레이스를 펼친 이승엽은 `국민영웅' 대접을 받아내며 앞장서 3억원대 벽을 허물었다. 선후배, 라이벌 등으로 엮이는 바람에 적잖은 스타들이 줄줄이 `이승엽 3억원'의 후광효과를 봤다.
정민태는 팀성적 누적공헌도 등에서 이승엽보다 오히려 할말 많은 스타. 지난해 구단으로부터 이미 해외진출 약속을 받아내 당당히 보상을 요구한 것도 무기였다.
도입 첫해의 FA제도 역시 삼성의 과감한 베팅에 힘입어 무더기 고액스타 탄생에 한몫했다.
프로야구는 최근 최고연봉 경쟁서 타스포츠에 열세를 면치못했었다. `골든보이' 선동열이 95년말 현해탄을 건넌뒤 프로축구가 꾸준히 최고연봉 선수를 배출해왔다. 97년 출범한 프로농구는 98년(강동희 1억4500만원)부터 최근 2년간 최고연봉이 야구보다 높았다. `가장 싼 선수들의 프로리그'로 고개숙였던 야구가 5년만에 최고 인기 스포츠의 자존심을 회복한 셈이다.
[이승민 기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