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제주 시범경기 역전 안타
기사입력 2000년 03월 12일 23시 33분
삼성 이승엽(24)이 지난 84년 이후 16년만에 프로야구를 맛본 제주팬들을 위해 화끈한 타격솜씨를 뽐내며 팀에 짜릿한 역전승을 안겨줬다.
12일 제주 시범경기 2차전의 관심은 온통 이승엽에게 쏠렸다. 경기전부터 이승엽을 보기 위해 삼성 덕아웃으로 통하는 입구는 몰려든 팬들로 북적댔고, 이승엽은 폭발적인 방망이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왼쪽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3번 지명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1회초 2사후 좌월 2루타로 올시즌 첫 안타를 뽑아낸 뒤 8회엔 우전적시타를 때렸다. 5타수 2안타 1타점.
특히 8회 우전안타는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두산 이혜천으로부터 뽑아냈다는 점에서 뜻깊었다. 왼손 이혜천은 지난해부터 이승엽 타석 때 등판하는 전담투수.
"겨우내 많이 연구를 했다. 오늘(12)도 볼은 좋았다. 미국 전지훈련에서 분석한 보람이 있다."
시원스럽게 돌아가는 방망이. 첫 경기였지만 감각은 여전했다.
그러나 전훈부터 시작된 타격폼 교정이 완전치 않아 타이밍을 잡는데 애를 먹는 흔적이 역력했다. 정규시즌 때까지 몸에 익지 않으면 지난해 타격폼으로 돌아갈 참이다.
이승엽은 외국인선수의 폭발적인 방망이를 은근히 경계하고 있다. 홈런왕에 대한 욕심은 잠시 묻어두겠지만 20∼30경기가 지난 뒤에는 공개적으로 외국인선수들과 홈런왕 경쟁을 벌이겠다는 각오다.
메이저리그 타격왕 출신인 프랑코의 가세로 투지가 더욱 살아난다. 컨디션만 유지하면 지난해 54홈런에 버금가는 홈런포를 쏘아올릴 자신도 있다.
"전훈 연습경기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해 이번 경기는 꼭 이기고 싶었다"는 이승엽의 투지에 힘입어 이날 승부는 삼성의 8대6 역전승.
삼성은 마운드가 다소 부실했지만 이승엽 프랑코(3타수 2안타 1홈런 4타점) 스미스(4타수 1안타)가 버티는 중심타선이 제때 터져 심정수가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분전한 두산을 기분좋게 물리쳤다.
[제주＝권정식 기자 jskw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