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재미교포 사업가 (13)
기사입력 2000년 03월 12일 16시 38분
강성수는 놀음꾼 김정환을 찾아갔다.
"어떻게 됐어?"
"지금 만나고 오는 길이야. 통성명 하고 한두시간 얘기하다 왔지."
"와, 짜식. 역시 네놈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런데 미국인 한사람을 동원해야겠어. 카지노판에 다니는 애들에게 얘기해서 사업하는 미국인 한사람만 소개해달라고 해. 내일 그 식당에 데리고 가서 저녁을 먹어야 하거든."
김정환은 카지노판에 들락거리는 놀음꾼을 통해 하와이에서 온 미국인 한명을 불러냈다. 하와이에서 관광업을 하고 있는 토머스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한국에 자주 오는데 카지노를 꽤나 좋아했다.
강성수는 다음날 오후 토머스를 만나 하와이에서 식당업을 해보고 싶다며 자문을 구했다. 토머스는 하와이 관광 산업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줬다.
강성수는 과거 기지촌에서 팸프 생활을 할때 영어를 배워둔 적이 있어 그런대로 대화가 통했다.
강성수는 저녁식사를 대접하겠다며 토머스를 데리고 윤미혜의 한정식집으로 갔다. 윤미혜는 강성수가 들어서자 반갑게 맞으며 조용한 방으로 안내했다.
윤미혜는 여종업원들을 제쳐두고 직접 한쪽에 앉아 고기를 썰고 접시에 덜어주는 등 식사를 거들었다. 그리고 반주를 따라주면서 둘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영어로 나누는 대화여서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대충 사업얘기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음식 얘기를 하는 것으로 미루어 강성수가 하는 외식사업이 화제인 것 같아 보였다. 그러니 윤미혜로서는 강성수가 미국에서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친 강성수는 일어나면서 "음식이 아주 좋습니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하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다음에 제가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한번 뵐 수 있을까요?"하고 데이트를 신청했다.
"아유, 감사합니다."
"네, 그러면 제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시간을 내주시는거죠?"
"알겠습니다."
며칠뒤 강성수는 윤미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 둘은 일요일 낮 12시 강남의 한 특급호텔 커피숍에서 데이트를 하게 됐다.
"이태리 요리 좋아하십니까? 이 호텔 이태리 요리가 괜찮거든요."
"네, 저야 뭐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이래서 둘은 이탈리아식당으로 가 점심식사를 했다. 강성수의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설명이 쏟아졌다.
"우리가 먹고 있는 이 요리는 이태리의 남부지방 요리입니다. 이태리는 남부지방과 북부지방의 요리가 현격하게 차이가 있지요. 남부지방은 올리브유와 파스타를 이용한 요리가 주를 이루고 북부지방은 버터와 쌀을 이용한 요리가 대표적입니다."
강성수의 음식에 관한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이태리는 요리의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며 지켜내려오고 있는 나라입니다."
"강회장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무리 외식사업을 하신다 해도 어떻게 그렇게 조예가 깊을 수가 있어요. 저는 한식당을 하지만 음식의 맛을 내는 법만 알지 음식의 역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거든요."
"과찬이십니다. 다 들은 풍월이지요. 음식장사를 하다 보니 여기저기 다니며 맛을 보면서 주워들은 얘기일 뿐입니다."
점심식사를 마친뒤 강성수가 제안했다.
"오늘 특별한 일이 없으시면 우리 드라이브나 하는게 어떨까요. 남들에게 들은 얘기인데 양평쪽으로 가면 드라이브 코스가 아주 좋다고 하더군요."
이미 절반쯤 빠져든 윤미혜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강성수가 빌려놓은 외제 렌터카를 타고 양평으로 향했다. 한적한 교외를 시원스레 달리다 포천쪽으로 돌려 산정호수까지 갔다. 산책로를 나란히 걸으며 호수를 한바퀴 돌았다. 둘을 하나로 묶듯 감싸며 스쳐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은 흐르는 시간을 잊게 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