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업소 '사이버 구인광고' 말썽
기사입력 2000년 03월 12일 15시 11분
대학생 김모군(20)은 평소 즐겨 찾던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은밀한 유혹'을 받았다.
발랄하고 섹시한 여대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과 채팅 데이트를 하다가 갑자기 월수입 300만원 이상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의 받은 것.
약속한 장소에 나온 사람은 여대생이 아닌 30대 남자였고, 김군은 일할 곳이 호스트바라는 것을 알게 됐다.
룸살롱, 호스트바 등 불법 퇴폐윤락업소들의 구인광고가 사이버 채팅방에까지 등장하고 있다.
`월수 300만, 용모단정한 여자(남자)'라는 내용으로 생활무가지에 주로 나왔던 이런 광고들이 인터넷으로 넘어온 것은 인터넷이 아직까지는 수사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성역'이기 때문.
특히 한 사이트에서만 동시접속인원이 1만5000명에 달하는 채팅 사이트의 경우, 그 많은 대화 내용을 일일이 모니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경찰청 특별 단속반이 룸살롱, 호스트바 등 퇴폐음란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을 때에도 인터넷상에서 일자리를 구했다는 종업원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호스트바에서는 17명의 호스트 가운데 대학생이 4명이었고, 모두 `정보의 바다'에서 놀다 흘러들어온 경우였다.
이들은 채팅 사이트의 `비방'(비밀방)에서 상대방과 이 얘기 저 얘기하며 자신의 신상에 대해 자연스레 털어놓았고 대화가 무르익어가자, 갑자기 일자리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업주는 약속 장소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상대의 외모를 먼저 모니터한 후, `합격선'이면 다가와서 구체적인 `업무 협상'을 한다고 이들은 귀띔했다.
룸살롱의 경우도 최근 미성년 윤락 단속이 강화되면서 여대생을 선호하는 업주들이 많아졌다.
컴퓨터에 친숙한 대학생을 `헌팅'하기에는 물론 인터넷이 최적의 장소다.
채팅방 운영자들은 `섹스' 등 노골적이고 음란한 단어를 사용한 대화제목을 규제하고 있지만, 대화내용까지 규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 불법 선거운동, 해킹 등 강력사건을 해결하기에도 인원이 부족한 형편이다"며 "사이버 상에서 퇴페업소들이 구인을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영주 기자 s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