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대타협, 3시간 산고 끝 '옥동자'
기사입력 2000년 03월 10일 23시 42분
드디어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프로야구를 살려야 한다"는 한마음으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선수협이 3시간 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대타협을 이뤄냈다.
무려 48일 동안 팽팽하게 맞섰던 양측. 끝이 보이지 않았던 기나긴 시간만큼이나 마지막 순간도 극적 반전을 거듭했다.
▲불안한 출발
"선수가 아닌 제3자는 회의장에서 나가달라." (한화 이남헌 사장)
"선수협의회 사무국장이 왜 제3자인가?" (차영태 선수협 사무국장)
10일 오후 1시30분 문화관광부 8층 제3회의실.
이홍석 문화관광부 차관보의 주재로 머리를 맞댄 KBO와 구단, 선수협 측은 시작하기 전부터 설전을 벌였다.
결국 선수협측에선 송진우 강병규 양준혁과 뒤늦게 도착한 마해영 등 선수대표 4명만 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해 문제는 일단락.
그러나 우여곡절끝에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는 밖에서도 들릴만큼 고성이 오갔다.
회의장 밖에서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한숨이 새어나왔다.
▲분위기의 반전
이야기가 시작된지 2시간쯤 지난 3시30분 잠시 회의가 중단.
이남헌 사장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서로 양보하다 보면 의견 일치를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뭔가 상당부분 대화가 진척된 것이 분명했다.
회의에 배석했던 김희주 문화관광부 사무관은 "처음엔 양측이 서로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어 고성이 오갔다. 하지만 차차 이야기가 오가면서 상당부분 오해가 풀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타협
시계바늘이 오후 4시를 넘어서고 타결의 실마리가 보이자 회의장 주변이 바빠졌다.
문화관광부 실무자들은 합의안을 만들어 바쁘게 회의장을 들락날락했다.
쟁점이 됐던 선수협의 대표성 인정 문제에 대해 양측은 `해체' 혹은 `유보'라는 예민한 단어 대신 시즌중 선수협 활동을 `중지'한다는 표현으로 합의했다.
선수협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된 후 협상 파트너였던 한화 이남헌 사장과 송진우 선수협 회장은 밝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임)창식이를 비롯해 선수협 활동을 했던 선수들을 잘 보살펴 주십시오." (송진우 회장)
"모든 게 해결됐으니 너희 선수협 소속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 (한화 이남헌 사장)
[한준규 기자 manb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