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경 '신혼여행 개봉 앞두고 신부처럼 흥분되요'
기사입력 2000년 03월 10일 13시 33분
"왜 이렇게 오래간만이냐"고 질문을 던지니 정선경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피곤한 기색인데도 표정은 편하다.
11일 개봉되는 `신혼여행'(나홍균 감독－태창흥업 제작)때문에 수면 시간이 확 줄어들었다. 보통 하루 인터뷰 일정이 3∼4개는 잡혀있다.
경기도 용인 수지 집에서 `방콕' 생활을 즐기던 여유는 끝. 애지중지 길러 온 진돗개 `복순이'가 끔찍하게 귀여운 2세를 낳았지만 같이 놀아주지도 못한다.
그래도 진짜 신혼여행을 준비하는 것처럼 설레기만한다.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흥분되요."
3년만의 스크린 외출이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데뷔한 후 `개 같은 날의 오후' `돈을 갖고 튀어라' 등으로 스크린에서 화려한 활동을 보여온 그녀는 97년 `삼인조'를 끝으로 브라운관으로@활동무대를 옮겼다. KBS 2TV `파랑새는 있다'를 시작으로 MBC TV `사랑과 성공' `국희' 등으로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누렸다.
"좋은 시나리오를 계속 기다렸죠."
`신혼여행'은 함께 신혼여행을 떠난 7쌍의 신혼부부가 여행 첫날밤에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코믹 터치로 그린 복합 장르물. 사연 많은 신혼부부들이 벌이는 해프닝 속에서 정신 없이 웃다보면 가슴절절한 사랑의 사연을 만나게 된다.
`신혼여행'에서 정선경이 맡은 역은 새 신부 중 한명인 주고은으로, 모자라보이는 신랑을 마치 엄마처럼 돌보는 세심한 성격의 신부다. 그러나 첫날밤 방을 잘못 찾아든 남자와 정사를 벌이기도 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과거 튀던, 소리를 마음껏 질러대던 역과는 크게 다르다. 대사 보다는 표정 연기를 요구할 때가 더 많아서 힘들었다.
"멋 모르고 연기할 때는 모든 게 쉬웠는데, 뭔지 좀 알 것 같은 나이가 되니 동작 하나, 대사 한마디가 다 어려운 것 같아요."
깊은 호흡으로 연기를 하려 노력했다. 촬영 내내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는 강행군의 연속이었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촬영을 시작, 초반에는 SBS TV `약속'과 맞물렸고 후반에는 MBC TV `국희'와 겹쳤다. 제주도, 서울 왕복 비행기를 일주일에 세번이나 탄 적도 있다. 그때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저절로 살이 빠졌다.
그래서 욕심도 많이 난다. 첫날밤 새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의 마음처럼, 관객을 기다리는 마음이 두근 반 세근 반이다.
"부담없이 오세요. 마음껏 웃다가 마지막에 눈물 한방울 흘려주시면 더욱 좋구요."
[전상희 기자 f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