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국, 4번타자에 1루 중책
기사입력 2000년 03월 08일 14시 01분
롯데 왕고참 김응국(34)이 나이를 싹 잊었다.
슬슬 은퇴 얘기가 나올 법도 한 30대 중반. 하지만 갈수록 펄펄 날며 새파란 후배들의 기를 죽인다.
지난시즌 1번 타자의 중책을 맡았으나 올해는 한술 더 떠 4번 타자에다 1루 베이스까지 차지했다.
그렇다고 명함만 잔뜩 걸어 놓은 건 아니다. 활약 또한 기대치를 꽉 채우고도 남으니 김명성 감독의 입이 연신 찢어진다.
7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해태와의 연습경기(6대3 승). 2루타 하나를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렸다. 그 나이에 그 정도로 힘써준다면야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김감독도 "역시 방망이 하나는 끝내준다"며 대놓고 칭찬이다.
하지만 김응국에게도 고민은 있다.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은 연봉협상이다.
본인 요구액 1억1000만원, 구단 제시액 1억800만원. 달랑 200만원을 놓고 구단과 이마를 맞대고 있다.
하기야 팀당 연간 100억원을 쏟아붓는 프로야구판에서 200만원이 무슨 문제가 될까. 결국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따지는 자존심 싸움이다.
한데 이마저도 오늘 내일 결판이 날 거라고 하니 조만간 김응국의 방망이는 더욱 신바람나게 춤출 수 있게 됐다.
옛말에 `늙은 쥐가 독 뚫는다'고 했다. 올시즌 역시 김응국에게 기대를 걸어도 마음 상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부산＝최재성 기자 kkac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