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앙드레김이 반한 쌍방울 박상근 패션
기사입력 2000년 03월 08일 14시 01분
쌍방울 투수 박상근(30)은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쌍방울은 7일 하와이 전지훈련을 마치고 입국했다.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우연찮게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과 맞닥뜨렸다. 쌍방울 선수들은 하얀옷을 입은 앙드레 김을 한눈에 알아봤다. 한데 갑자기 앙드레 김이 박상근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박상근의 손을 덥썩 잡으며 안부를 묻는 앙드레 김. 순간 박상근은 당황했다. 얼굴이 홍당무처럼 발그레해졌고 연신 손사래를 치며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해명했다.
가장 놀란 쪽은 해프닝을 지켜보던 쌍방울 선수들. 세계적인 명사가 아는체를 했으니 도대체 영문을 몰라 박상근을 둘러싸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사건의 발단은 박상근의 수려한 용모. 1@83, 83㎏의 운동으로 단련된 탄탄한 몸매. 여기에 하와이의 따사로운 햇살에 알맞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 또 말쑥하게 검정색 정장까지 차려 입었으니 영락없는 패션모델이다.
팔자에도 없는 패션계 인사로 오인받은 박상근.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고 마음이 우울해졌다. 같은날 두산이 하와이전훈을 마치고 들어와 입국장은 팬들로 북적였다. 정수근 진필중 심정수 등을 둘러싸고 사인을 받느라고 야단인 팬들.
박상근은 지난 93년 OB(현 두산)에 입단해 시속 150㎞의 강속구로 주목을 받았지만 제구력 부족으로 벤치만 지키다 98년 쌍방울로 이적했다. 쌍방울에서도 영원한 `미완의 대기'란 소리만 들었다. 지난해 방어율 8.56에 무승 5패.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다. `언젠가는 팬들이 인정하는 선수가 되겠다.' 박상근은 김포공항을 나서며 이 말만 되뇌었다.
[박재호 기자 jh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