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황주리씨 8일부터 선화랑서 개인전
기사입력 2000년 03월 07일 15시 21분
서양화가 황주리씨가 8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제14회 선미술상 수상작가 황주리전'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조각조각 구획된 공간속에 일상의 경험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배치시켜 `그림으로 쓴 일기'라는 평을 들어온 황씨의 작품세계를 엿볼수 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에서 따온 연작 `삶은 어딘가 다른 곳에'를 비롯해 `맨하탄 블루스' `식물학' `자화상' 등 "최근 3년간의 작업에서 정수를 뽑아냈다"는 20여점이 전시된다.
화폭을 조그마한 공간으로 나눠 각기 하나의 풍경들을 담아낸 점이 특징. 그 풍경들은 바로 우리가 호흡하는 일상의 세계다. 조깅하는 여자, 선탠하는 남자, 포옹하는 남녀, 헤어지는 남녀…. 여기에 남의 아파트를 몰래 엿보는 남자, 실의에 빠진 실업자, 컴퓨터의 노예가 된 직장인 등 현실에 대한 따가운 풍자도 곁들였다.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특한 유머감각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른바 `칸막이 그림'의 열기를 화단에 불러 일으킨 황씨의 작품은 결국 현대인의 삶에 대한 전체적인 통찰을 지향하고 있다. 풍자로 가득한 문명비판의 세계다. 평론가 윤우학씨는 이에 대해 "단편들을 조합시켜 하나의 시각적인 교향곡을 형성하듯 개체적인 것과 전체적인 것의 교묘한 통합을 시도한다"고 평한바 있다.
서울 출생으로 어릴 때부터 자연보다는 사람에 관심이 많았다는 황씨는 "점점 왜소해져가는 나 자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87년부터 해온 이 작업을 죽을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02)734-0458
[김형중 기자 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