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이러쿵저러쿵] 무명시절 에피소드
기사입력 2000년 03월 05일 16시 54분
연예인 누구에게나 무명시절은 있는 법이다. TV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 차인표 역시 MBC 공채 탤런트로 출발, 여러번 단역을 맡았다.
김희선은 모 청소년 잡지의 모델로 데뷔하면서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무명시절이 있었다.
남자 개그맨 P씨와 여자 개그맨 L씨 지금 두 사람은 정상을 달리는 개그맨이었지만 무명시절의 어려움을 톡톡히 겪어야 했다. 한 사람은 뚱뚱한 체구이고, 또 한 사람은 마른 체구. 홀쭉이와 뚱뚱이로 콤비를 이루어 전국의 밤무대를 누볐다.
그다지 수입은 좋지 않았다. 하루 밤에도 여러 곳의 밤무대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다녔지만 신인 개그맨, 그것도 막간에 잠깐 분위기 띄우는 개그맨인 이들이 쥘 수 있는 돈은 말 그대로 '쥐꼬리'였다.
무대에서는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했지만 이들에게는 각자 약점이 있었다. 개그맨 P씨는 넘쳐나는 ‘끼'로 인해 ‘쥐뿔'이 없어도, 여자 꼬시는 취미를 버릴 수 없었다. 또 개그맨 L씨는 자신의 체격을 관리하기 위해 하루라도 ‘고기'를 거를 수가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자신들의 치명적인(？) 약점까지 환상적인 호흡으로 보완했다고 한다. 부산쪽 밤무대에서 공연을 할 때였다고 한다. 밤늦게 공연을 끝냈는데 아뿔싸,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서울에 올라갈 돈 조차 없었다.
이 순간에도 물 좋다는 부산 ‘나이트'에서 몸을 풀어보겠다는 개그맨 P씨. 그리고 연이은 공연 때문에 허기를 느낀 개그맨 L씨는 삼겹살 생각이 간절했다. 결국 두 사람은 “바로, 그거야!”라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개그맨 P씨가 먼저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이른바 길거리 헌팅에 나선 것. 있어 보이고(？) 놀기 좋아하는 여성을 물색한 P씨는 있는 말, 없는 말로 구워 삶은 끝에 꿈에도 그리던 나이트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L씨에게 눈길을 찡긋했다.
서로 다시 만나기로 한 새벽 3시. 한 사람은 파김치가 되어 있었고 또 한 사람은 기다림에 지쳐 있었다. 눈이 퀭 해진 P씨는 L씨에게 자랑스럽게 수표 몇 장을 보여주었다.
편의점으로 직행한 두 사람은 부탄가스 버너와 반찬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포장 삼겹살을 사들고 휘파람을 불면서 여관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개그맨 P씨는 “오해할 필요는 없다”고 고개를 내저으며 “동료에게 삼겹살 사주려고 나이트 뛰고, 여관에서 삼겹살 먹은 남녀는 우리뿐일 거예요”라며 그 힘들었던 무명시절의 에피소드 한 토막을 웃음으로 전한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