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관광 '조선족 가이드 못믿어'
기사입력 2000년 03월 03일 15시 53분
`조선족 가이드를 조심해라.'
최근 탈북자 조명철씨 등 잇따른 납치사건과 사업가 송모씨 피살사건에 모두 조선족이 개입된 사실이 밝혀진후 여행업계에 조선족 가이드 불신풍조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 현지 여행의 가이드는 대부분 조선족이 맡고 있는데 이번의 사건들을 계기로 중국여행객 사이에서 조선족 가이드를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게 여행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에는 사건이후 중국여행의 안전성에 관한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중국여행 경험자는 중국어를 잘하는 직원이 직접 가이드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해외여행지는 현지 여행사의 한국인이 가이드를 맡는데 중국만은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아 조선족 가이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여행객들이 술집 등에서 터무니 없는 요금청구를 받아도 "중국은 원래 이런 곳"이라는 가이드에 말에 항의 한마디 못하고 바가지를 덮어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1월 친구들과 4박5일간 중국여행을 다녀왔다는 이모씨(43)는 "중국인 근로자의 한달월급이 우리돈으로 4만원 내외라고 들었는데, 종업원에게 팁을 5만원씩 주어야하는등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조선족 가이드가 싼집이라고 안내해준 곳이라서 안심하고 갔다가 기분만 상했다"고 말했다.
2년전 중국여행에서 엄청난 바가지를 썼다는 소규모 무역상 김모씨(50)는 친구 2명과 함께 조선족 가이드와 함께 북경의 한 술집에 들렀다가 낭패를 당했다.
술집주인과 한참동안 말을 나누고 온 가이드가 술값이 기껏해야 5만원 정도밖에 안된다고 말해 맥주 5명에 간단한 안주를 시켰는데 술값이 무려 60만원이 나온 것.
김씨는 "못내겠다고 버티자 얼굴에 칼자국이 난 `어깨' 두명이 다가와 식칼을 테이블에 탕탕 내치며 위협해 할수 없이 주고말았다"며 "가이드는 `얘들은 원래 이런놈들이라며 분개하는척했지만 모두 가이드의 농간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해남도를 다녀온 한 관광객은 조선족 가이드가 안내했던 곳과 다음날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한자(漢字)를 적어가며 술값을 흥정했던 곳의 가격차이가 1인당 30∼50달러나 났다며 "조선족 가이드에게 동포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여행사 사장 강모씨(35)는 심지어 "조선족 가이드의 90%는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조선족 가이드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몫 잡으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며 "이들은 아주 친절한 인상을 심어주며 몇차례 물건값을 흥정해 깎아주는등 환심을 산뒤 결정적인 때에 바가지를 씌운다"고 말했다.
[김순근 기자 sk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