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 '사막에서도 살아날 자신있다'
기사입력 2000년 03월 01일 12시 23분
"사막에서도 살아날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요미우리 정민철(28).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근성 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한다.
그런 정민철에게 생전 처음겪는 프로 2군 캠프가 어떻게 다가갔을까?
4주간에 걸친 미야자키 기요다케구장에서의 맹훈련. 1일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친 정민철은 "하루라도 빨리 2군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감은.
▲점점 욕심이 더 생긴다. 2군에서 거의 한달동안 있었는데 처음과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1군 합류를 서두르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그래도 잘 던지는 투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혹독하게 다그치는 2군 생활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
－훈련 내용에서 한국과 차이점이 많은가.
▲그렇지 않다. 단 양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두시간 정도에 끝낼 훈련을 네시간 가량 한다고 보면 된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집사람(김경아씨)이 보고 싶다. 한국에서는 한화에서만 8년 동안 있어 팀을 옮겨본 적이 없었다. 낯선 사람들과 사귄다는 게 정신적으로 조금 스트레스가 됐다. 지금은 구단 직원, 선수들 모두 친하게 지낸다. 일부러 아침 식사때면 일본 선수들 사이에 끼어서 밥을 먹으려고 노력을 했다.
－고된 훈련속에서도 팬들에게는 늘 웃는 얼굴로 대하는데.
▲일본의 스타 선수들이 조금 딱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프로 선수니까 팬이 중요한게 아닌가.
－좌우명이 있다면.
▲지금도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허리띠 안쪽에 써놓았다. 힘든 상황일수록 꼭 이겨야 한다는 오기가 발동된다. 가끔씩 일기를 쓸때면 버릇처럼 맨 끝에 `나는 성공한다'라고 쓴다.
－일본 야구에 경험이 있는 갈베스, 메이가 개막전때 1군 엔트리에 포함될 경우 시즌 초반 2군에 머물수도 있는데.
▲솔직히 두 선수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기를 북돋기 위해서인지 코칭스태프도 이런 얘기를 가끔씩 한다.
－현재의 몸 상태는.
▲올시즌 좋은 활약을 자신하는 것도 누구보다 내 자신의 몸상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똑같은 시기에 비해 페이스가 훨씬 빠르다. 훈련도 열심히 했고….
－선동열, 이상훈 등 프로 선배들이 첫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실력이 아니라 환경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심판들과의 궁합, 스트라이크 존의 차이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선배들의 1년차 징크스를 꼭 깨겠다.
－선동열과는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아는데.
▲오래전부터 나를 무척 아껴 주었다. 지난번 한국에 왔을때도 함께 맥주를 마시며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일본에 간다고 그 실력이 죽냐. 자신감을 가져라"는 말이 기억난다.
－지난해 슈퍼게임때 피칭 모습을 본 일본 코칭스태프가 투구폼 노출을 지적했는데.
▲직구와 변화구때 세트포지션에서의 동작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들었다. 요미우리에서는 크게 지적을 받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도 특이한 버릇은 없었다.
－지난해 한화에서 18승을 거뒀지만 하체의 힘이 조금 떨어졌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나이로 보면 전성기다. 시각 차이다. 일본에 오기전 미국에서 2년 연속 전지 훈련을 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스타일이 몸에 밴 것 같다. 미국에서는 내가 키가 크기때문에 상체를 잘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듯이 공을 던지라는 주문을 많이 들었다. 여기서도 이케가야 투수코치는 상,하체를 잘 이용한다고 칭찬을 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한국에서보다 두배 이상 했다. 지난해 사와무라상을 받은 투수 우에하라를 조련한 사에키 트레이너가 많은 도움을 줬다. 미국에서 공부를 많이 한 사에키 트레이너가 어깨, 팔꿈치 등 신체 각 부문별로 근력을 강화하는 훈련법을 많이 가르쳐줬다.
－다리 근육통은.
▲일본 언론에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어안이 벙벙했다. 전혀 이상이 없다. 아픈 사람이 불펜에서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겠는가. 추운날씨속에서의 훈련을 무리하게 해 일시적으로 통증이 있었을 뿐이다.
－올시즌 풀타임리거가 된다면 몇 승 정도 자신하는가.
▲한국과 일본 야구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목표는 지난해 20승을 기록한 우에하라다. 몸이 좋은데다 요미우리 타선이 좋아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 도 있을 것 같다. 이왕 일본 최고의 명문 구단에 발을 디딘 이상 제1선발은 해봐야 되지 않겠는가.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은.
▲야구 선수면 누구나 도전해보고 싶은 무대다. 요미우리는 기대 이상으로 분위기가 좋다. 코칭스태프도 한국에서의 활약 때문인지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때로는 미안할 정도로 많이 챙겨준다. 2년뒤 요미우리가 어떤 대우를 해주느냐가 문제다.
－앞으로의 일정은.
▲2일 도쿄로 올라가 3,4일 휴식을 한뒤 가와사키구장에서 2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한다. 며칠뒤에 2군 교육리그, 1군 시범경기 등 실전 등판해 테스트를 받는다. 한국 야구의 매운맛을 반드시 보여주겠다.
[나고야＝양정석 특파원 js2000＠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