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현대가 피츠버그와 자매결연한 이유
기사입력 2000년 02월 29일 14시 15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메이저리그 구단중 `덜 넉넉한 편'이다. 한때 이름있던 스타들은 값 있을때 야금야금 내다팔았다. 인기도 그저그렇고, 구단 씀씀이 역시 자랑할 수준이 못된다.
국내 야구판의 손꼽히는 부자구단 현대가 전신 태평양의 자매구단인 피츠버그와의 인연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은 조금 뜻밖이다. 태평양이 처음 이곳 브래든턴의 피츠버그 연습구장으로 전지훈련을 온 것이 지난 92년.
96년 현대 창단 이후에도 두팀의 친선관계는 그대로 이어져 현대 선수들은 벌써 9번째 겨울을 브래든턴에서 나고 있다.
"자매구단으로 삼기에는 뉴욕 양키스보다 낫다"는 것이 김용휘 단장의 장담. 창단 첫해 최고 인기구단과 손잡을 요량으로 템파의 양키스 캠프에 답사를 갔다가 그만 질려버렸다.
숙소와 구장 사이를 몇걸음 오가는데도 수차례 ID카드를 꺼내야 했다. 못들어가는 곳이 천지, 못하는 일이 태산. `스타구단'의 오만함이 곳곳에 배어나는 철저한 보안시스템과 까다로운 숙소규정. 김단장은 "우리 선수들이 주눅들기 딱 좋겠다"며 도리질이다.
현대는 파이어리트 시티 콤플렉스내의 선수 숙소를 쓴다. 깔끔한 웨이트장, 널찍한 4개 연습구장, 현대식 라커룸을 내집 안방처럼 맘 편하게 쓸수있다.
피츠버그는 구단 버스를 내주고, 식사편의를 제공하는데도 으뜸 파트너. 지난 93년부터 이곳 숙소를 관리하고 있는 넉넉한 체격의 미스 린다는 마치 꼼꼼한 `사감선생님'같지만 현대 식구들과는 격없이 친근하다. 피츠버그 프런트는 단장부터 평직원까지 현대 일이라면 자기 일처럼 돕는다.
날씨 맑고, 인심 좋고. 전훈은 실익이 문제다. 자매구단 이름값이 폼나봐야 무슨 득이 되겠는가.
[브래든턴(미 플로리다주)＝이승민 특파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