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당뇨병 윌리엄스 '훈련 내맘대로'
기사입력 2000년 02월 27일 14시 32분
"`노터치'라 불러다오."
현대 외국인선수 에디 윌리엄스(36)는 훈련량도 제맘대로, 휴식일도 제맘대로다.
야간훈련까지 이름표대로, 스케줄대로 진행되는 브래든턴 전훈캠프에서 유일하게 `열외'로 대접받는다. 우째, 이런일이? 바로 그의 강력한 무기, 당뇨병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당뇨가 지병이다. 활동과 운동에 뚜렷한 지장은 없지만, 크게 피곤하지 않도록 스스로 몸을 관리하는 것이 필수.
늘 인슐린 주사를 가지고 다니는 윌리엄스는 살짝 피곤할라치면 대뜸 경보기를 울린다. 그가 배트를 놓으면 훈련은 끝. 몸이 안좋다고 투덜대면 별수없이 훈련에서 빼줘야 한다.
딱딱 신나게 치다가도, 어느날은 영 성의없이 틱틱거리는 프리배팅. 지켜보는 코치들은 불쑥불쑥 답답할 노릇이다. 그래도 꾸욱 참는 것은 "당뇨병이라니…."
애써 믿는만큼 기특한 점도 있다. 메이저리그 10년 경력의 강타자. 자기관리가 언뜻 남달라 보인다.
감기로 나흘을 쉰뒤 방망이를 잡은 25일(이하 한국시간)에는 정진호코치가 "팔빠지겠다"고 엄살부릴 때까지 배팅볼을 던지게 했다. 불고기, 김치를 척척 밥에 얹어가며 먹고 난뒤 숙소로 돌아가 남몰래 주사바늘을 꽂기도 했다. 달작지근한 맛이 못내 맘에 걸리면서도 한국의 `대표음식'이라는 말에 불고기를 마다 않았다.
`노터치' 윌리엄스를 다스려야하는 코칭스태프의 숙제는 밸런스. 자율권을 내주면서도 마지막 고삐를 틀어쥐는 일이 만만치 않다. 진짜 `노터치'의 진가를 시위한 장면. 윌리엄스는 27일 배팅훈련 도중 불성실한 타격을 지적하는 코치에게 버럭 화를 내더니 라커룸으로 돌아가버렸다. 유니콘스 역대 최고 용병이라는데, `쓰는 일'이 쉽진 않겠다.
[브래든턴(미 플로리다주)＝이승민 특파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