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앞둔 사극 영화 3편 의상경쟁
기사입력 2000년 02월 25일 13시 47분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선, 옷부터 갈아 입어야 한다.'
고대 부족들의 전쟁과 사랑을 그릴 `단적비연수－은행나무 침대2'(박제현 감독－강제규필름 제작), 중국 역사에서 원나라 말엽을 배경으로 한 무협멜로 영화 `비천무'(김영준 감독－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 1920년대 항일 테러리스트들의 활약을 담을 `아나키스트'(유영식 감독－씨네월드 제작) 등 `사극'에 출연하는 인기스타들이 `의상'에 각별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
`비천무'에서 비련의 여주인공 설리 역할을 맡은 김희선은 종전의 `톡톡 튀는' 이미지를 벗고, `여성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주는 고전의상을 입고, 팬들과 만나게 된다.
중국 의상팀과 협의해 고증에도 신경을 썼지만,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서 독특한 분위기를 창출했다고. 때문에 재료도 한복 원단 뿐만 아니라 쉬폰 실크 등을 이용했다.
김희선의 극중 의상은 디자인수는 10개 정도 이지만, 여벌까지 합쳐 20벌이 넘는다. 화살을 맞는 장면, 대역이 입을 옷까지 감안해 같은 디자인의 옷을 2∼3개씩 만든 것.
무술신이 훨씬 더 많은 남자주인공 신현준의 경우, 디자인수는 6개이지만 여벌이 훨씬 많아 총 30벌의 의상을 입었다.
`단적비연수'의 김윤진 이미숙 최진실도 디자이너 박윤정씨의 손을 빌어 고대의 여인으로 변신했다. 1억원을 들여 고전적이면서도,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은행나무 침대'에서 강제규 감독과 같이 작업했던 디자이너 박윤정씨는 총 600여벌을 제작했고, 이중 주인공들이 입을 옷은 300여벌에 이른다.
박윤정씨는 "메소포타미아 벽화에 등장하는 옷들을 참조했다. 몽고 티벳 인디아의 복식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식의 의상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극중 왕족으로 나오는 김윤진에겐 현대적인 디자인의 가죽 드레스를 입혔다. 허리, 엉덩이 선을 강조, 당당한 김윤진의 극중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최진실의 의상은 비련의 여주인공이란 분위기에 맞는 파스텔톤. 여밈이나 장식이 없는 옷을 헐렁하게 뒤집어 쓴 스타일. `공이 많이 들어간 거지 옷'같다는 게 박윤정씨의 설명.
여족장으로 나오는 이미숙은 가죽조끼, 뱀 모양의 상의에 갑옷을 걸쳐 전투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이외에 김석훈 등 남자주인공들이 입는 의상은 거친 마와 대나무로 만든 갑옷. 이 갑옷은 경남 산청에 `단적비연수'의 세트장을 지으면서 베어낸 대나무를 일일이 수작업한 것.
마지막으로 `아나키스트'의 예지원. 매니저 하용수씨가 과거 1920년대를 무대로 한 `사의 찬미' 의상을 담당했던 노하우를 살려 예지원을 1920년대 상하이 최고의 클럽 `가르시아'의 프리마돈나 가네코로 변신시켰다.
하용수씨가 직접 제작한 옷이 30여벌. 이외에도 수천만원 상당의 말총코트 등 화려한 옷들이 스크린을 장식한다. 제작비만 3억여원이 들었다.
예지원은 당시 유행했던 스타일을 재현, 벨벳으로 가장자리를 두른 갈색 수트를 선보이며,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이 각축을 벌였던 국제 도시에 어울리게 스페인풍 무도복, 일본의 최고급 기모노 등을 입는다.
또 그녀는 다양한 복고풍 소품으로 시선을 끈다. 모자 디자이너 최장호씨가 직접 만든 모자는 다양한 깃털로 멋을 냈으며, 카르티에, 티파니에서 대여한 억단위의 액세서리가 마무리를 한다. 파리의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스페인풍 부채 등 하용수씨가 다리품을 판 소품들도 수두룩하다. 프라다 등 해외 명품 수트도 2∼3벌 등장하는데, 요즘 유행이 복고풍인 덕분에 당시 상황과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안영준 기자 june＠ 전상희 기자 f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