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빡빡기는 삼성 느긋느긋 한화
기사입력 2000년 02월 23일 13시 15분
"훈련만이 살길이다."(삼성)
"책상에 오래 앉아있다고 우등생이 아니다."(한화)
같은 전지훈련장을 사용하고 있는 한화와 삼성이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걸어서 10분거리. 먼발치에서 보면 서로의 모습이 보일 정도지만 훈련스케줄은 영 딴판이다.
지난해 사장, 단장, 감독 등이 모조리 바뀌는 수난을 겪은 삼성은 `지옥훈련'을 방불케할 만큼 의욕적이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해 오후 3시 특별타격과 특별수비 훈련을 마치면 어림잡아 오후 4시. 저녁식사를 하고는 또다시 피오리아 실내훈련장을 찾는다. 또다시 타격과 체력훈련. 밤 9시가 넘어서야 비로서 침대에 엉덩이를 붙일 수 있다.
한화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여유를 부린다고 느낄 정도로 한가롭다. 훈련시작은 삼성과 똑같지만 오후 2시만 되면 끝이다. 나머지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개인훈련. 투수들의 정식 피칭훈련도 겨우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
오느 것이 효과적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양쪽 사령탑의 취향이 상반된 것 만은 틀림없다. 한화 이희수감독은 `짧고 굵게'를 선호한다. 지난해에도 이런 스케줄로 훈련해 우승까지 일궜다고 큰소리다.
삼성 김용희감독은 과정을 중시하는 편이다. 한번도 한국시리즈서 우승을 해보지 않은 만큼 강훈련을 통한 밑거름 다지기는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훈련스타일이 상반된 두팀이 만난 23일(한국시간) 친선경기는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더욱이 삼성과 한화는 지난해 매직리그 1, 2위. 한화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했고, 리그 1위팀인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었다.
결과는 치열한 난타전끝에 15대8로 한화의 승리. 그렇다고 한화의 훈련스타일이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페넌트레이스에는 실력을 뛰어넘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피닉스(미 애리조나주)＝권정식 특파원 jskw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