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항공 액션영화 '어디까지 사실일까'
기사입력 2000년 02월 16일 14시 54분
`극적인 항공기 소재 액션물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최근 납치됐던 아프가니스탄 아리아나항공 소속 B727기에서 승무원들이 조종실을 탈출하는, 007영화에서나 봄직한 장면이 연출됐다.
`감시 소홀'로 인한 해프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조종실에서 바닥까지는 10m가 넘는데다 당시 조종실 문앞에는 무장한 인질범들이 지키고 있었기때문에 `맥가이버'나 `제임스 본드'같은 신출귀몰한 사람이 아니면 탈출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민간인인 승무원들이 인질범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창문을 통해 빠져나옴으로써 그동안 `허구'로만 여겼던 항공기 소재 액션물의 실현가능성 여부가 새삼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 사실을 두고 `인질범이 풀어준 것이다' `인질범과 한편임에 틀림없다'며 목숨을 걸고 탈출한 승무원들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항공기에는 비상착륙이나 화재 등에 대비한 각종 장비들이 탑재되어 있는데, 조종실 옆창문 위쪽에도 화재시 조종사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쇠줄이 장치되어 있어 조종사 등 승무원들이 이 쇠줄을 늘어뜨리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만약 이것이 영화속 장면이었다면 관람객들은 쇠줄을 촬영세트로 생각했을 것이 뻔하다.
그러면 영화속 항공기 액션물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터미널 스피드'를 보면 결투중 화물기 뒷문이 열려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이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있다.
대한항공 이종욱과장은 "보통 항공기가 순항을 하는 고도는 9000m로 이 상태에서 문을 열면 심한 기압차로 인해 결투를 할 사이가 없이 순식간에 밖으로 빨려나간다"고 말했다.
때문에 `터미널 스피드' 등 많은 영화에서 나오는 이 같은 장면은 실현 불가능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뒷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이륙한 것이라면 기압차가 없어 호흡이 가능한 고도(약 높이 2㎞)까지는 이같은 액션이 가능하다고.
`다이하드3'에서 주인공이 범인들이 탄 비행기의 연료를 새게한뒤 활주로위 기름에 불을 붙여 이 불이 이륙하는 항공기에 옮겨붙게해 폭파시키는 멋진 라스트신이 있다.
그러나 항공유는 일반 휘발유와 달리 가연성이 적어 일부러 불을 붙이려해도 쉽게 불이 붙지 않아 이 장면 역시 꾸며낸 이야기다.
화물기나 수송기안에서 결투를 벌이다 항공기에 폭파장치를 해놓고 조종석에 앉아 멋있게 비상탈출하는 장면들도 대표적인 허구. 조종석 시트에 앉아 비상탈출하는 장비는 전투기에만 설치돼 있기때문이다.
`파이널 디시젼'에서 공군작전기를 납치된 여객기 밑으로 몰래 접근시켜 파이프라인을 여객기에 연결시킨 다음 해치를 열고 특수요원을 침투시키는 장면이 있지만 여객기 밑에는 사람이 들어갈만한 구멍이 전혀 없다.
다만 기내 천정에 1개 분대병력이 잠입해 소형카메라로 기내의 상황을 감시하며 작전을 펼치는 장면 있는데, 보잉 747같은 점보기에서는 이같은 공간이 충분하다.
항공기의 바퀴함에 몰래 숨어드들어 밀항을 시도하는 장면도 체력과 비행시간 등에 따라 다르지만 가능한 스토리. 항공기가 순항고도에 접어들 경우 외부 온도는 영하 50∼60도지만 바퀴함은 밀폐돼 실제 온도는 이보다 훨씬 높고 산소공급과 기압조절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김순근 기자 s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