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호랑이 굴'로 이사가는 선수협
기사입력 2000년 02월 16일 14시 31분
`적의 앞마당을 차지하라－.'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오는 4월 중순쯤 본격적인 사무국 발족에 맞춰 현재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사무실을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준비에 한창이다. 그런데 새로운 터전으로 삼으려는 장소가 눈길을 끈다. 바로 KBO가 위치한 `양재동'이 가장 강력한 후보지이어서다.
물론 현재 서초동 사무실을 왕래하는 교통편이 불편하고 들어가는 비용(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0만원)이 만만치 않아 훨씬 저렴한 선에서 새 둥지를 마련할 수 있는 게 양재동이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 하지만 `KBO를 심리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선수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협은 지난 8일 대화 제의를 거절해온 KBO의 야구회관으로 출근 투쟁을 하겠다고 이미 선언해 놓은 상태. 따라서 분위기 좋게 대화를 하든, 사무실 앞에서 농성을 하든 근처에 있는 것이 그들로서는 유리하다는 판단.
더구나 경실련 등 시민단체의 지원과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상, 교통이 복잡한 강남에서 선수협과 KBO 양측을 둘러보느라 진땀을 빼고있는 이들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점도 구미를 당긴다.
선수협 지원단체인 팬들의 선물 공동회장 신종학씨는 "KBO와 투쟁의 눈높이를 맞추고 사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면이 많아 양재동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SK 창단과 도시연고제 실시 문제로 머리속이 복잡한 KBO. 이제 주변에서 날아올 싸늘한 시선에 뒤통수 깨나 근지럽게 생겼다.
[신남수 기자 delt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