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고장난 스포츠맨 고치는 신의 손
기사입력 2000년 02월 16일 13시 55분
2층짜리 아담한 건물에서 사람 한명 찾기가 만만찮았다.
경기도 용인 수지의 삼성스포츠과학지원실에 들어서서 "안박사님 만나러 왔다"고 하자 누구는
"좀전에 야구선수들을 보고 계시더라"고 하고, 누구는 "옆방에서 상담중이세요"한다.
두번 헛걸음 하고 세번째 물어 찾아간 방에서 안박사는 축구스타 황선홍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
삼성스포츠과학지원실장 안병철 박사(43)는 늘 그렇게 소재 파악이 힘들만큼 바쁘다.
각종목의 스타가 총집결한 `삼성 스포츠왕국'의 한귀퉁이를 든든히 떠받치는 `연금술사'.
요즘 안박사는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황선홍 서정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특급 잠수함' 이강철
등 10여명의 재활훈련을 이끌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스포츠의학 박사. 선수별 신체 특성을 의학적으로 면밀히 분석,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트레이닝을 지도해 다치기 전과 가장 가까운 근사치까지 운동기능을
끌어올리는게 그가 하는 일이다.
성균관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치바의과대학에서 스포츠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안박사는 지난
96년 개실 직후 양무릎 부상으로 `장사 끝났다'던 삼성화재 배구팀의 김세진을 석달만에 펄펄 뛰게
만들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지난 5년간 연인원 350여명이 안박사의 손을 거쳐갔다.
"좋은 선수를 뽑는 것보다 더 중요한건 그들을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거죠. 선수가 건강하게 오래
운동할 수 있다면 구단이나 선수, 팬 삼자가 다 좋은 일 아니겠어요."
삼성 스포츠가 강한 이유를 단순히 `돈' 때문이라고만 한다면 그건 안병철 박사의 존재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박진형 기자 jinp@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