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20승 지름길' 자신감 회복
기사입력 2000년 02월 11일 13시 18분
"자신감이 바로 공끝입니다." 2000년 시즌을 앞둔 박찬호(27．LA다저스)가 `강인한 정신력'이 성공의 길임을 깨닫고 있다.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한 11일(이하 한국시간) 박찬호는 베벌리힐스의 집에서 모처럼 조용히 지난 1년여를 되돌아 보았다. 험난한 99년 시즌을 지내면서 크게 깨달은 `자신감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가슴에 새겼다. 박찬호는 "결국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없이 던지는 공은 아무리 세게 던져도 공끝이 살아나지 않더라"고 담담히 말했다.
야구에서는 `공끝이 살았다' 혹은 반대로 `공끝이 죽었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스피드건에 찍혀 나오는 구속과는 또 달리 투수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 `공끝의 힘'. 99년 시즌 전반기에도 박찬호의 강속구는 시속 159㎞까지 나왔다. 이정도면 인간의 감지 능력으로 판단해 공을 보고 때리기가 불가능하다는 이론과는 달리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은 박찬호의 공을 잘도 때려댔다. 스피드건에 찍힌 공의 초속(初速)은 159㎞였을지 몰라도 포수의 미트에 도달할 무렵에는 공끝이 죽었음을 의미한다.
직구만이 아니다. 자신감없이 던지는 체인지업은 투구 동작에서부터 간파당하기 쉬운데다 마지막에 휘어나가는 공끝의 힘이 전혀 없어 `배팅볼'에 다름이 없었다. 98년만해도 활처럼 예리한 각도를 보이며 떨어지던 커브볼도 밋밋하게 들어갈 때가 허다했다.
육체적인 고통을 견뎌내는 훈련을 감내하는데는 일가견이 있지만 정신력 배양에 있어서는 아직도 신인급에 머물렀던 박찬호는 지난 1년여의 경험들로 몰라보게 자랐음을 스스로도 느낀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처음 겪었던 시련과 짧지만 가슴에 남은 군생활, 그리고 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잇달아 세상을 떠나면서 느낀 삶의 재조명 등을 통한 소중한 경험들. 그리고 스포츠심리학자 하비 도프맨박사를 통한 심리치료.
"이제는 혼신의 자신감을 공끝에 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그의 말투가 담담했기 때문에 더욱 신뢰가 갔다.
[LA＝민훈기 특파원 hkmin＠earthlink.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