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톱타자 '공천' 누가받나
기사입력 2000년 02월 10일 13시 56분
김대익(27)과 임재철(24). 롯데의 수위타자 자리를 놓고 무한경쟁에 뛰어든 이들의 불같은 투지가 이곳 가고시마현의 소도시 아이라의 겨울을 질펀하게 녹이고 있다.
이들은 이곳으로 날아올 때부터 야심이 대단했다. 어차피 이번 전훈에서 성골과 진골이 판가름 날 판이니 죽어라 방망이를 휘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 다 중견수라 하나는 `죽어야' 한다. 그런데다 하필 경성대 선후배 지간이라니 이건 또 무슨 운명인가. 참말로 보는 이의 기분까지 묘하게 만든다.
경력으로 보자면 이제 갓 새내기 꼬리표를 뗀 임재철보다야 5년차 김대익이 몇 수 위다. 게다가 타격의 정확도가 뛰어나 당장 수위타자로 올려놔도 제몫은 해낼 것이라는 평을 들어왔다.
그러나 작년시즌 막판에 임재철이 등장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땅땅 곧잘 때려낸다 싶더니 떡하니 3할대(0.322)에 올라서며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헝클어놓은 것이다. 내친김에 김명성감독은 김응국이 내놓은 1번 자리를 놓고 둘을 맞붙여 버렸다.
우선은 김대익이 공천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감독이 작년말 시즌 마무리훈련 때부터 그를 일본인 타격인스트럭터 모토이씨에게 맡긴 걸로 봐 다들 그렇게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김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모토이씨에게 지도받는 선수가 어디 김대익 뿐이냐"며. 사실 임재철이 던진 도전장의 빳빳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김대익으로서는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며칠전 임재철은 구단 관계자에게 한 자루 1만2000엔(약 13만원)이나 하는 일제 미즈노 방망이를 열 자루나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한다.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다부지게 한번 해봐야 안 되겠느냐"며 어금니를 물더란다.
[가고시마(일본)＝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