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세빈] '착한 여자는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기사입력 2000년 02월 08일 13시 57분
"저도 이제 제 목소리를 내야겠어요."
명세빈(24)을 생각하면 누구라도 거의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맑은 눈, 곱게 모은 손,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표정, 종합적으로 `예쁘지만 불쌍하고 착한' 느낌이다.
"그동안 너무 똑같은 역할만 되풀이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겠죠?"
사실 그렇다. 2년전, KBS 2TV 미니시리즈 `순수'부터 드라마에 본격적으로 출연하기 시작한 뒤로 다른 색깔의 역할은 해본 적이 없다.
"악역도 한번 해보긴 해봤어요." 언제? "`고스트'에서 귀신 들렸을때요." 정말이지 이 정도다.
지금 출연하는 KBS 2TV `나는 그녀가 좋다'에서도 비슷한 느낌.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선생님이며, 감독님이며 만날때마다 졸라요. 성깔 좀 부리고, 힘 좀 내게 해 달라구요."
4부를 남긴 `나는 그녀가 좋다' 후반에서 명세빈은 약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 하나만 믿고 자기를 따라 서울로 올라온 장호에게 "장호씨가 내게 무슨 도움이 될것 같아요?"라고 물으며 매몰차게 결별을 선언하고 일어나기도 한다.
사실 명세빈의 얼굴을 들여다 보면 악역도 보인다(세빈:제가 봐도 그래요). `세빈'이란 이름을 보나, 한복 맵시를 보나 사극도 잘 할수 있을 것 같은데 캐스팅 제의는 아직 받은 적이 없다.
"솔직히 `착한 아이' 역할은 너무 힘들어요. 이젠 정말 본격적으로 새로운 역할을 찾아봐야겠어요. 표독스러운 역할도 잘 할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명세빈이 가장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시청률 50%의 드라마가 아니다. 바로 `성공시대'같은 프로그램.
"보다 보면 `아, 저렇게 인생을 열심히 살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 먹어서 인생을 정리할 때가 되면 꼭 `성공시대'같은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어요."
동덕여대 의상학과 2학년때부터 CF모델로 일을 시작해 어느덧 졸업철이 되자 명세빈도 여느 대학생들처럼 `진로'와 `이제까지 한 일'에 대한 고민이 한창인듯.
"졸업은 가을에 해야 해요. 계산해보니 2학점이 모자라더라구요."
겨울이 다 지나가기 전에 스키나 좀 제대로 배워 볼 생각이지만 가르쳐 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난관에 부딪혔다. 실력은 아직 초보. 지금까지 "스키장에서 자고 온 적"이 없어 제대로 배우질 못했다고.
당장 다음번엔 영화를 할지, 드라마를 할지 모르겠지만 내년쯤에는 유학을 가거나 다시 학교에 돌아가 전공인 디자인을 다시 공부해볼 계획.
남자? 남자는 아직 관심 밖이다.
"저 스캔들 나는거 보셨어요."
배시시 웃는 덧니가 예쁘다.
[송원섭 기자 fivecard＠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