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스트라이크 질을 높여라
기사입력 2000년 02월 08일 11시 37분
스트라이크라고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밋밋하게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꽂히는 공은 이론상으로는 가장 정확한 스트라이크지만 타자들에게는 배팅볼이나 마찬가지.
공 하나 차이로 파울과 홈런이 뒤바뀌는 메이저리그에서 `양질의 스트라이크'와 그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은 하늘과 땅 만큼의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박찬호의 경우도 99년에는 치솟아 오르는 호쾌한 공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거나 활처럼 큰 낙차로 떨어져 타자들이 저도 모르게 방망이가 나와버리는 모습이 많지 않았다.
초구 스트라이크가 적었고 볼카운트에서 몰리다보니 너무 정직한 투구가 가운데로 들어가 장타나 결정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트라이크로만 타자들을 요리할 수 있는 투수는 이 세상에 없다. 스트라이크 같은 볼을 던지고, 타자에게 큰 것을 맞지 않고, 적시타를 맞지 않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이 위대한 투수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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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호된 경험을 쌓은 박찬호는 후반기들어 연승 가도를 달리며 `양질의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기 시작했다. 시즌 최종전인 휴스턴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7이닝 동안 5개의 삼진을 잡았고, 90개중 58개가 스트라이크로 비율이 64.4%에 달했다.
이미 승리의 방정식은 깨달은 셈인데 올시즌 실전에서 얼만큼 스트라이크의 비율과 질을 높이느냐가 본인의 20승 목표 달성에 결정적인 작용을 할 전망이다.
[LA＝민훈기 특파원 hkmin＠earthlink.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