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선수협 또하나의 과제, 동료애 회복
기사입력 2000년 02월 07일 12시 39분
세상 일이란 게 그렇다. 당장이라도 사단이 날 듯이 배배 꼬였다가도 한 순간에 풀어지고, 물흐르듯 하다가도 금세 틀어져 버린다.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번진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건도 마찬가지다. "오냐, 한번 해보자"며 소매를 잔뜩 걷어붙였다가도 웃으며 마주앉고, 그러다가 또 홱 돌아서고.
이젠 좀 지루하다. 지켜보는 팬들조차도 재미없어 하는 눈치다. 하물며 그 재밌다는 `쉬리'도 두번, 세번 보면 맛이 떨어지는데….
여기서 꼭 하나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게 있다. 현 시점에서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는 점이다. 바로 선수들 사이에 움푹 패인 깊디 깊은 불신의 골이다.
그동안 선수협 대표단이 이같은 불행한 일이 닥치지 않도록 감정을 자제하고 또 자제해 왔다는 걸 밤낮으로 곁에서 지켜봐 온 기자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입장을 달리한 동료들에 대한 섭섭함까지 지우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의 색깔은 여러가지다. 처음부터 앞줄에 나선 대표단이 있는 반면 선수협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선수도 있다. 또 뒤늦게 가입한 선수, 가입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선수, 그저 눈치만 보고 있는 선수, 그리고 아예 관심조차 없는 선수도 없지않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각양각색의 선수들이 조만간 다시 모여 야구판을 벌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제 선수협은 또 하나의 일거리를 떠안아야 한다. 알게 모르게 금가고 깨진 선수들 사이의 관계를 때우고 다독거려 되도록 상처를 곱게 아물도록 하는 일이다.
어차피 용기있는 극소수가 아닌, 모든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목까지 내놓고 나섰다면 말이다.
[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