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112)
기사입력 2000년 02월 06일 14시 36분
카와이 수측장의 보고를 받은 함장 야마모토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사운드 채널(sound channel), 그것은 표층수 아래에 있는 수온약층과 심층수 사이에 만들어지는 음파의 진행층이다. 이곳에서는 음파가 전달되는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일종의 음파 터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방위 2-2-5도에 고속 수상함정 다수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건…."
카와이가 양손으로 헤드폰을 꽉 누르며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을 집중했다. 음파는 한 두 군데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었다. 카와이 수측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함장！ 수면에 엔진추진음 다수입니다. 회전수가 빠릅니다. 고속디젤 엔진음입니다！"
"그래！ 미사일 고속정들이다."
야마모토 이좌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한국 해군은 해상자위대가 예상한 대로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야마모토는 잔뜩 조바심이 난 채 수측장에게 다시 질문했다.
"수측장！ 고속정들 뒤에 또다른 음문은 잡히지 않는가?"
"고속정대의 숫자가 의외로 많아서 뒤쪽의 움직임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습니다. 모두 10여 척 가까운 숫자입니다. 아！ 개스터빈 추진음이 있습니다. 고속정과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
카와이 수측장이 고개를 돌려 보고했다. 개스터빈은 대형 함정이 사용하는 추진장치이다. 그러므로 고속정 외에도 한국 해군의 초계함 이상의 함정이 함께 기동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됐어！ 놈들이 미끼를 물었다."
그제야 야마모토는 모든 상황을 확신한 듯 손뼉을 마주치며 큰 소리를 냈다. 한국 해군은 고속정대를 선두로 내세워 제2 호위대군에 대함미사일을 퍼부을 작정임이 분명했다.
한국 고속정이 탑재한 대함미사일, 그리고 문무대왕 기동전단의 예하 구축함과 프리깃이 탑재한 대함미사일의 수를 합치면 해상자위대 제2 호위대군과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함대방공 전투능력이었다.
그것은 방어능력의 차이였다. 이지스함 공고와 방공미사일 구축함 사와카제가 포진한 제2 호위대군은 한국 해군보다 대함미사일 방어능력이 훨씬 우수하다. 게다가 나머지 호위함들도 최소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시 스패로 함대공미사일로 무장한 자함방어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해군은 문무대왕급 구축함, 그리고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을 제외하고는 함대공 미사일을 탑재한 함정이 한 척도 없었다. 한국 해군이 고속정을 앞세워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단지 공격력만을 믿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한국 해군에게 불리했다.
야마모토 이등해좌가 만족스런 미소를 흘렸다. 예정된 시간에 매복 위치에 당도하지 못할 줄 알고 전전긍긍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어쨌든 제 시간에 당도한 것이다. 그것도 한국 해군이 감쪽같이 모르도록.
야마모토 이좌는 천천히 소나시스템과 연동된 전술상황판을 들여다 보았다. 한국 함정들의 침로는 정확하게 잠수함 아라시오, 그리고 또다른 잠수함 스유시오가 매복하고 있는 지역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한국 해군 함대는 치명적인 함정 속으로 제발로 달려오고 있었다.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