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윤호진 - 문화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기사입력 2000년 02월 06일 14시 30분
21세기는 문화가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다. 정부도 이미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로 보고, 문화를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식해 그 발전방향에 대해 국가 과제로 설정해 놓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산업'하면 기계와 자동차, 선박 등 만을 생각했지 문화를 중요한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기는 커녕 오히려 소비재 쯤으로 폄하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문화산업의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고 거대한 문화수입국으로 전락, 막대한 외화를 낭비해왔다.
눈을 돌려 세계를 보자.
미국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가 만든 영화 한편이 우리나라 자동차의 해외수출보다 훨씬 수입이 크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비유다.
영국의 뮤지컬 제작자인 카메론 메킨토시는 뮤지컬로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가 만든 `캐츠'와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은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레미제라블'의 경우 3500만명이 관람한 작품으로 기록돼 있으며 지금도 공연중이다.
이처럼 문화는 당당한 산업이며 그것도 아주 전망 밝은 산업중 하나다.
프랑스 정부는 미국영화시장의 잠식에 따른 국내 시장보호와 세계시장 확보를 위해 국가가 영화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영화를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인식해 정부가 제작비를 지원하고 세트를 지을 공간을 확보해주고 젊은 영화인들에게 작업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는 문화성의 예산중 오페라의 직접제작비(관료들의 인건비, 경상비 제외)에만 해마다 수천억원의 예산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그것은 문화가 대단히 중요한 문화자산이며 그 극대화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자국의 문화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문화에 대한 소극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정부가 나서 반도체와 맞먹는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산업의 성공없이 21세기 번영은 없다는 각오들이다.
그러나 국내의 문화산업 상황은 한마디로 산업 개념이 도입되지 않은 `가내수공업' 수준이다. 국내 문화상품으로 거론될만한 것은 `난타'나 `명성황후' 쯤에 불과하다.
수입의 측면에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할리우드 영화뿐 아니라 외국의 공연사들이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을 직배하기 위해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은 외국의 문화상품제작자들을 위한 목좋은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인식해야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것이 하나있다. 문화산업의 통계화, 정보화 그리고 유통구조의 혁신이다. 문화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정확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호진 연극연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