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외국인용병들 설 어떻게 보내나
기사입력 2000년 02월 03일 11시 48분
"도대체 오늘이 왜 1월1일이란거야?"
프로축구의 외국용병들은 대부분 `설날'이라면 어리둥절해 한다. 음력을 모르는 그들에게 2월5일이 왜 `1월1일'이 되는지 납득시키는건 간단치가 않다. 과거 포항에서 뛰던 라데가 설에 고속도로가 미어터지는걸 보고 "전쟁 났다"고 동네방네 전화를 했을 정도니.
하지만 설날이 즐겁기는 이들도 마찬가지. 영문은 잘 몰라도 분위기가 붕 떠있는데다 잘하면 하루이틀 쉴 수도 있으니 좋다. 낯선 땅에서 오로지 축구공 하나만 쳐다보고 사는 용병들은 `이방인의 명절'을 어떻게 보낼까.
일본 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중인 수원의 루마니아 출신 루츠는 2일 신기한 구경을 했다. 비자 관계로 직원들과 함께 오사카에 들렀다가 쫓아간 떡방앗간. 김이 설설 나는 허연 가래떡이 물속으로 쑥쑥 빠지는걸 넋을 놓고 쳐다봤다.
그러나 호기심도 잠시, 한입 베물다가 "맛이 맹물 같다"며 도로 내려놨다. 우리에겐 설날의 대명사가 떡국이지만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싱거운 국물에다 더 심심한 떡을 빠뜨려놓은 무슨 맛인지 모를 음식'이라 혹평하는 것도 바로 떡국이다.
설을 해외에서 맞는 수원, 부산, 포항, 안양 등은 모두 설날 아침에 뜨끈한 떡국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용병들은 여느때처럼 토스트에 버터나 바르고 있을게 틀림없다.
비자를 못받아 전지훈련에서 제외된 수원의 데니스와 비탈리, 포항의 자심이나 설을 국내에서 맞는 나머지 팀의 용병들은 보통 2∼3일씩 휴가를 받아 이태원으로 `귀성'을 가는게 유일한 소일거리다.
[박진형 기자 jinp＠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