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110)
기사입력 2000년 02월 02일 13시 42분
함장석에 앉은 안병도 대령이 머리 위에 매달린 기계장치에서 헤드셋을 꺼내 썼다. 헤드폰과 마이크가 결합된 함장의 헤드셋은 전투정보실의 각 부서 요원들은 물론이고 선택스위치를 이용할 경우 함내 모든 부서와 송수신이 가능했다.
안병도 대령이 천천이 의자를 회전시켰다. 전투정보실에 가득 찬 콘솔과 디스플레이, 그리고 요원들이 작업하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KDCOM2 전투관리시스템은 소나와 레이더 정보를 통합적으로 처리하고 교전에 필요한 데이터를 계산해내는 컴퓨터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그 컴퓨터들은 단순히 정보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구축함 문무대왕함에 탑재된 스탠더드 함대공 미사일, 하픈 함대함미사일, 그리고 한국 해군이 자체 개발한 청상어 어뢰를 통제하고 발사할 수 있는 무기시스템이기도 하다.
웍스테이션급의 각 컴퓨터들은 근거리통신망(LAN)으로 서로 링크되어 있었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처음 봤다면, 어느 연구소의 전산실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다만 콘솔 앞에 앉은 요원들의 군청색 스웨터와 어깨 위에 붙은 견장이 그들이 바로 군인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대용량 컴퓨터가 과열로 오작동하지 않도록 곳곳에 냉각장치가 작동하고, 그것은 한 여름에도 전투정보실을 냉장고처럼 서늘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요원들은 스웨터를 껴입은 채로 콘솔에 열중하고 있었다. 전투정보실의 함장석은 이 모든 모니터와 디스플레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였다.
"원주함과 천안함을 함대 전위로 이동시켜！"
전투정보실 중앙에 장착된 대형 전술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던 함장 안병도 대령이 명령을 내렸다.
"예！ 알겠습니다."
부장 김홍진 중령이 문무대왕 전단의 예하 함정들로 이어지는 송신기를 집어들었다. 침착하려고 애썼지만 부장도 긴장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예하 함정을 호출하는 김홍진의 목소리가 잔뜩 굳어 있었다.
지금 함대의 선두에 있는 함정은 울산급 호위함인 충남함, 그리고 전남함이었다. 안병도 대령은 빠른 속도에 경쾌한 기동성을 가진 포항급 초계함을 내세워 압박할 생각이었다.
"고속정대가 방금 출항을 완료했습니다. 8분 후에 합류합니다."
"알았다."
안병도 대령이 차갑게 대꾸하고는 다시 전술 디스플레이를 바라보았다. 제2 호위대군은 문무대왕 전단과 속도를 맞춰 북상하고 있었다. 문무대왕 전단과 거리를 계속 벌릴 속셈이었던 것이다.
아직 문무대왕 전단이 최고속도를 낼 시간은 아니었다. 타이밍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안병도의 얼굴에 불안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전투지휘관은 기회를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작전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준비되길 기다리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그러나 그 무모함 역시 계산된 것이었다.
결코 여유를 부리거나 제2 호위대군의 압도적인 전력에 기가 죽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전술 디스플레이에는 부산항을 빠져나온 고속정대가 40노트에 가까운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함대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것은 백구급 미사일 고속정들이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