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103)
기사입력 2000년 01월 25일 14시 01분
"일본 잠수함이 이곳에서 활개치도록 아무런 견제도 할 수 없다니！"
이찬복 중령의 중얼거림에는 허탈과 분기가 섞여 있었다. 이 해역에서 한국 해군 수상함정이나 대잠초계기가 전혀 활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대용함에게도 해상자위대는 중과부적이었다.
"목표 27이 부상합니다."
"부상한다고?"
"그렇습니다. 함장님. 밸러스트 분출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완전 부상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대헌 대령의 반문에 김선욱 상사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일본 하루시오급 잠수함이 탱크에 공기를 가득 채우고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일본 오라이언들이 목표 27을 강제부상시킨 것 같다."
"그럼 놈들끼리 숨바꼭질을 한 겁니까?"
"그런 것 같군. 어쨌든 우리에겐 좋은 기회다. 속도를 2배로 증속한다. 침로 이백십공(2-1-0)으로 변경！"
부장의 반문에 김대헌 대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긴장된 순간이 지나고 사령실은 침착함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어쨌든 뜻밖의 소득이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어쨌든 해상자위대 제2 호위대군이 남쪽 뿐만 아니라 북쪽에도 강력한 대잠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김대헌 대령이 명령문을 다시 점검했다. 해상자위대 제2 호위대군의 위치가 멀지 않았다. 이것이 제2 호위대군의 외곽방어선을 돌파한 것이라면 이제 그들에게 한 방 먹여줄 수 있는 위치로 숨어들 차례였다.
"심도 200으로 유지한다！"
자칫 잠수함이 해저면에 충돌할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 초계기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계속 낮은 심도로 항해해야 했다.
독도 남서쪽 206㎞
"바가야로！"
잠수함 아라시오의 함장인 야마모토 노부히코(山本信彦) 이등해좌가 모자를 벗고 난폭하게 욕지기를 해댔다.
소노부이에서 쏘아대는 액티브 소나음이 아라시오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었다. 잠수함 승무원으로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소리가 지금과 같은 소노부이의 고주파음이었다.
"수중음파통신기입니다. 지금 수하를 하고 있습니다！"
카와이 마사미(河合正三) 수측장이 바짝 긴장했는지 목소리가 떨렸다. 대잠초계기에서 투하한 수중음파통신기에서 날카로운 고주파음을 내고 있었다. 짧은 연결음에 일정한 시간간격을 두고 울려퍼지는 음파는 국제신호규약에 의거한 수하였다.
"너의 국적을 제시하라…목적항구가 어디인가…부상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카와이 수측장이 떠듬떠듬 신호 코드를 해석했다.
"누구긴 누구야? 우군 잠수함이지！"
야마모토가 입술을 쭉 내밀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렇지만 툴툴거려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