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허준'] 만든 사람들 연출자 이병훈-작가 최완규
기사입력 2000년 01월 24일 13시 18분
◇연출자 이병훈 인터뷰
_21세기 벽두에 사극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요즘 유행하는 감각적 트렌디 경향의 드라마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트렌디 드라마는 메시지보다는 흥미위주로 만들어진다. 드라마도 사회성과 역사성을 담아야 한다고 본다. 허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실에 대한 반성, 역사에 대한 반추를 해보고 싶었다. 허준은 인생 자체가 극적이어서 드라마로 만들기에 아주 적합한 인물이기도 하다.
_드라마가 원작인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과 많이 다르다는 비판이 있다.
▲원작은 50% 정도만 활용하고 있다. 나머지는 소설 속에서 그려지지 않고 있는 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또 소설과는 달리 드라마의 3분의1 가량을 할애, 임진왜란 이후 허준의 동의보감 집필, 의원의 신분에서 바라본 권력세계 등 당시 사회상을 다룰 계획이다.
_어려움이 있다면.
▲드라마 연출자에게는 `흥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딜레마다. 허준의 여인과 허준의 사랑을 많이 집어넣은 이유는 그런 이유 때문이다. 또 한가지 연기자들이 직접 시술연기를 보여주면 좋은데 시간관계상 한의사들이 대신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아쉽다.
◇작가 최완규 인터뷰
_사극에서는 늘 리얼리티가 문제다. `허준'은 사극이면서도 의학 드라마이기도 해서 집필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행인지 불행인지 작품을 준비하면서 허리 디스크 때문에 한동안 한의원을 다녀야 했다. 그때 한의사와 환자들을 관찰하면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조선왕조실록' 등의 사료도 나름대로 열심히 뒤졌다.
_히트 드라마 `종합병원'(94년)의 작가이기도 한데 의학 드라마와 인연이 깊다.
▲`종합병원'이 의학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는 과분한 평가를 받았다. 그때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자료수집을 위해 실제 6개월간 종합병원에서 숙식을 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에도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사실적인 묘사를 하려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_`허준'을 쓰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뜻밖에 허준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놀랐다. 그러나 그런 점 때문에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많다.
_사극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연출자가 `대본을 써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하면서 `젊은 작가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사극이지만 `젊은 감각'을 담고싶다는 얘기였다. 연출자는 `경험이 없어도 열정과 공부하는 자세가 갖춰져 있는 작가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이승호 기자 letitb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