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가입할까 말까…갈등 또 갈등
기사입력 2000년 01월 24일 12시 07분
삼성 이승엽(24)이 흔들리고 있다.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가입을 놓고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입하자니 선수단의 최종입장이 정해지지 않았고, 나몰라라 하자니 방출을 무릅쓰고 가입한 타팀 선수들에 대한 자책감이 목을 조른다.
이승엽은 최근 선수협 소속 선수들과의 잦은 전화통화를 통해 답답한 심정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동료들의 최종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선수협과 자주 연락한다는 것이 바로 이승엽의 고민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사실 이승엽도 다른 프로야구 선수와 마찬가지로 단 한명의 선수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이승엽의 작은 움직임 하나가 갖는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지난해 멈출줄 모르는 홈런퍼레이드로 축 처져있던 야구판에 생기를 불어넣은 이승엽이기에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야구인은 물론 국민들의 생각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승엽의 마음고생이 더욱 심해진다.
또 지난 22일 경산볼파크서 오후 11시부터 3시간 넘게 가진 선수단 미팅에서 일단 선수협에 가입하지 않느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이승엽의 한숨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승엽이 고민하는 것 만큼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이승엽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 선수계의 상징적 존재인 이승엽이 선수협에 가입하는 날엔 선수협이 엄청난 탄력을 받게 되고, 그만큼 KBO는 한발 물러날 수 밖에 없다. 또 여론이 더욱 확실하게 선수편으로 굳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
삼성선수 대표인 김기태는 24일 오전 9시40분 제주도로 출발해 전지훈련중인 나머지 동료들과 의견을 나눈뒤, 오후 5시 서울 서초동 삼성레포츠센터에서 가입여부를 최종 발표할 예정. 홈런킹의 고민이 단숨에 해결될지, 아니면 독자적인 결단까지 내려야 할지 야구판의 눈은 온통 이승엽에게 쏠린다.
[김세훈 기자 sh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