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101)
기사입력 2000년 01월 23일 14시 48분
"함장님！ 방위 백이십공(1-2-0)에 새로운 노이즈입니다."
갑자기 바짝 긴장한 음탐장 김선욱 상사가 고개를 돌려 함장에게 보고했다.
"소노부이인가！"
함장 김대헌 대령이 마른 침을 삼키며 음탐장에게 질문했다. 대잠초계기에서 수온을 파악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소노부이를 대량으로 투하할 시간이었다.
"소노부이는 아닙니다. 추진음 같습니다. 기계적 소음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 중사！ 음문 그래픽 분석한다. 준비해！"
김선욱이 모니터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가뜩이나 대잠초계기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상황에서 또 다른 목표가 나타났다는 음탐장의 보고는 사령실 요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김선욱 상사는 헤드폰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동시에 키보드와 트랙볼로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능숙한 손놀림과 함께, 옆자리에 앉은 최지훈 중사가 두들겨대는 키보드 소리가 쥐죽은 듯 고요한 사령실에서 나는 유일한 소음이었다.
최지훈 중사가 몇 차례 조작을 거듭하자 소나 모니터에 새로운 음문이 그래프 형태로 표시되기 시작했다. 김선욱 상사의 눈길이 음문을 빠르게 훑었다.
"추정거리 2500@！ 디젤엔진 추진음 같습니다."
추진음을 분석하자 음문 곳곳에 규칙적인 맥동이 있었다. 그것은 왕복동 기관에서 보이는 특성이다. 김선욱 상사는 일정 시간동안 나타난 맥동의 숫자를 빠르게 헤아렸다. 만약 왕복동 기관이라면 회전수를 계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다음에야 김선욱 상사는 그것이 디젤 엔진의 전형적인 음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함장님. 그 위치에는 조금 전까지 배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잠수함 같습니다."
이찬복 중령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물 위에는 아무런 배도 없는데 갑자기 선박용 디젤엔진음이 들려왔다는 의미는 단 한 가지였다. 물 속에 숨어있던 잠수함이었다.
"그래. 잠수함이다. 놈은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스노팅 심도로 부상한 거야. 작전관, 공격에 필요한 데이터를 준비해！"
"옛！ 알겠습니다."
지금부터는 김승민 대위가 바빠질 차례였다. 김대헌 대령이 초조하게 작업을 지켜보았다. 나대용함에서 언제든 공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지금 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운 일이었다. 바로 상공에 일본 대잠초계기들이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면에 착수음！ 방위 백이십오(1-2-5)！ 소노부이입니다. 액티브 탐신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올 것이 왔다. 김선욱 상사의 모니터에서 밝은 점이 계속 늘어났다. 해상자위대 대잠초계기가 수온 분석을 끝내고 소노부이를 투하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리 3000입니다！ 다이캐스 부이입니다！"
김선욱 상사기 긴박하게 소리쳤다. 다이캐스(DICASS) 부이는 스스로 음파를 쏘아 반사음을 측정해서 바다 속 잠수함을 잡아낸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