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V9 '맹호의 전설' 다시한번…
기사입력 2000년 01월 19일 00시 56분
오전 7시. 중국 광저우 황쿤 훈련기지에 뿌옇게 먼동이 터오면 검정색 유니폼의 청년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해태의 전지훈련 일과행사 첫번째인 아침 산보. 늦잠을 방지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위한 일종의 훈련과정이다.
8시 아침식사가 한뒤 10시부터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다. 1시간동안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둔다. 지난 2달 동안의 휴식 기간중 뭉쳤던 근육을 풀려니 선수들의 얼굴에는 고통의 빛이 떠오른다.
11시부터는 캐치볼에 이어 투수조와 야수조로 나뉘어 기술훈련이 시작된다. 여기 저기에서 터져나오는 코치들의 매몰찬 목소리. "동작 봐라!"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나." 해태 특유의 팀 분위기 때문에 훈련장에서 걸어다니는 선수는 없다. 운동장 여기저기서 누런 흙먼지가 날리고 선수들의 독기서린 함성이 터져 나온다.
점심식사후 오후 3시까지 훈련은 계속 된다. 이후에도 타자 두명이 1시간의 특별 타격훈련에 매달린다. 한쪽 귀퉁이에서 훈련 장면을 지켜보던 중국인들의 입에서 `어휴∼'하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훈련은 끝나지 않았다. 7시부터 야간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일정을 모두 마치면 어느새 9시. 샤워를 마치고 자리에 누우면 눈꺼풀이 짓눌린다. 하지만 단순한 고통의 반복만은 아니다.
김응용감독은 "우리 전력으로서는 올시즌 성적도 장담할 수 없다. 훈련만이 살 길이다"이라고 못박았다. 번거로움을 피해 하와이를 마다하고 중국으로 건너왔다. 그것도 최장기간(50일) 최대규모(46명)으로.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의 명예 회복. 10번째 우승의 달콤함을 위해서 해태는 `지옥의 중국전훈'을 시작했다.
[광저우＝전동희 기자 cancel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