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벤처기업들의 파격적 근무…샐러리맨 천국
기사입력 2000년 01월 16일 15시 20분
벤처기업의 등장으로 기업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탁구대 위에서 회의를 하는가하면, 사무실 한 켠에 게임기 DDR을 설치하고 누구라도 한판 춤추기를 할수 있는 회사도 있다. 회의실에 전자오락기가 놓인 곳이 있는가하면, 일하고 싶은 때만 일하는 회사도 있다.
서울 여의도 MBC 건너편 율촌 빌딩에 있는 (주)디지털라이프.
회사 분위기가 자유롭기로 첫손 꼽을 만하다. 동맥경화증에 걸린 딱딱한 대기업의 분위기와는 180도 다른 파격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두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일탈의 연속이다.
우선 일정한 출퇴근 시간이 없다. 정해진 프로젝트 기한까지 일만 하면 된다.
재택근무를 해도 되고, 일하다 DDR을 한판 타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건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건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피곤하면 회사에 놓인 침대에서 아예 잠을 자거나, 전날 새벽까지 일해 피곤하면 다음날 쉬어도 아무말 안한다. 넥타이를 멜 것도 없고 한여름엔 반바지 차림도 상관없다.
그렇다고 일의 양이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데 뭐가 힘드냐'는 분위기다.
게다가 딱딱한 회의는 거의 없다.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리 만무하다는 생각에서다. 오히려 함께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MP3를 다운 받아 노래를 들으면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그런가하면 좋은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면 회사가 자금을 지원해준다. 본인이 원하면 독립도 가능하다. 신입사원도 기존 사원들이 데려온다. 자신이 맡은 일만 하면 과정은 묻지 않는다. 하지만 팀원들끼리의 유대와 정(情)은 유별나다.
이 곳의 식구인 전 주간조선 기자 출신 신진상씨.
`아하 PC'팀에 있다가 `월간 벤처'(5월 창간)지 창간준비에 여념이 없다. 소위 `사내 기업(起業)'을 장려하는 오너 김재관 사장의 격려로 잘나간다는 일간지 출신 기자들로 팀을 이뤘다. 월간지에서 일간지로가 아닌, 일간지에서 월간지로의 역류 현상도 보인다.
그는 "일 외의 다른 것엔 신경을 안쓰고 일할수 있는 것. 그래서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배가시킬 수 있는 것이 디지털 조직의 장점"이라 지적한다. "엄한 질서와 규율속에서 일보다 조직 적응을 신경써야 되는 권위적인 아날로그 조직으론 개인의 능력과 능률을 살리기 힘들다"고 단언한다.
R&D(Research&Development) 팀 김희관 팀장(29).
미국 실리콘벨리의 `인비저블 월드'에서 차세대 서치엔진 개발을 했던 그는, 8만달러(약9600만원)의 연봉을 포기하고 그 1/3밖에 되지 않는 디지털라이프를 선택했다. 프랑스인 팀원 한명을 포함해 5명의 석사이상 팀원과 함께 곧 개국하는 인터넷 방송의 기술과 장비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다.
"비전을 높이 샀어요. 업무량은 미국과 별 차이는 없지만 스트레스를 덜 받지요. 고가의 장비를 사더라도 회사에 결제받을 것도 없이 직원으로 사지요. 뭘 하건 밀어주고 맡겨주니 책임은 커지지만 일할 맛은 더 나요."
바쁠 땐 회사 침대에서 아예 자면서 일하곤 한다는 그는, 밤 1시건 2시건 테크노바에서 `한 춤'해야 직성이 풀린다.
경영자의 의지도 중요하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김재관사장은 사업초창기, 난장판에 가까운 사무실풍경을 보고 임원들이 "왜 이렇게 회삭가 개판이냐"며 간섭을 하자 임원들에게 출입금지령을 내렸다. 아날로그적인 사고방식으로 디지털세대를 구속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박용후 팀장(35)은 "우리는 누가 시켜서 일하진 않는다. 우리 스스로 좋아서 일한다"고 말한다. 소팀장제로 운영되면서 인사권과 예산, 결재권도 팀장에게 있다. 수천만원의 장비도 팀장 직권으로 즉시 살수 있을 뿐 아니라, 신입사원 보충도 기존 사원들을 통해 들어오곤 한다.
이들은 내년 10월 안에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디지털라이프는 지난해3월 창사 당시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150억원의 매출액을 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한솔에서 20억원 투자를 요청했지만 자체적으로 거절했다.
디지털시대 기업문화에 대해 좋은 표본을 제공하는 회사가 아닐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