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직장인 '사이버 고스톱' 열풍
기사입력 2000년 01월 16일 14시 33분
직장인 사이에 고스톱 열풍이 불고 있다.
물론 사이버 공간에서다.
하지만 컴퓨터와 상대하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끼리 실제 고스톱을 치는 방식이다.
이 온라인 고스톱은 이겼을 경우 사이버 머니를 적립할 수 있어 나중에 상품으로 바꿀 수 있고 또 수시로 열리는 각종 대회서 우승할 경우 상금까지 탈 수 있어 직장인 사이에 점차 번져가는 추세다. 시간도 때우고 잘 만하면 돈도 벌 수 있는 셈.
현재 `실전 고스톱 게임'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3~5군데.
이중 지난해 8월에 생긴 `고스톱 네트'는 총 방문자수가 570여만명에 이를 만큼 인기가 높다.
특히 이 사이트는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총상금 500만원이 걸린 `굿이야！배 전국 고스톱 대회'를 마련, `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예선과 본선을 통과한 9명이 `고스톱 지존' 자리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상금은 1등 200만원, 2등 100만원, 3등 5만원 등으로 `아르바이트'치고는 짭짤한 편.
`비주얼 고도리'를 제공하는 (주)우리텔레콤 역시 2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새천년 구정맞이 고스톱 대회'를 개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회 기간중 최고 점수상, 최다 접속상, 매너상 등 다양한 상을 마련, 푸짐한 선물을 증정할 예정.
이 회사 안무건 부장은 "회원 27만명 가운데 직장인은 약 30%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며 "동시 접속자가 3000~7000명에 이르고 있어 언제든지 다른 사람과 실시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고스톱 대회가 다가오면서 직장인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인터넷 전용선이 깔린 회사에서는 점심 시간을 이용, 짬짬이 고스톱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아예 퇴근후 게임방에서 `지옥훈련'을 하는 골수꾼들도 적지않다.
회사원 이모씨(34)는 "네트웍 고스톱은 모니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겨루기 때문에 스릴이 넘친다"며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판을 벌일 수 있어 새벽까지 게임에 몰두할 때가 많다"고 했다.
또 이씨는 예약 대기방에 접속하면 원하는 사람을 초청할 수 있어 동료들과 자주 게임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온라인 고스톱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남서울병원 정신과전문의 신승철 원장은 "사이버 고스톱은 실제 돈이 오가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으나 비사교적이고 내성적인 인격 형성을 초래할 수 있고 특히 돈이 걸린 도박으로 발전할 경우 업무나 가정생활 등에 큰 폐해가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병원 기자 hospital@sportschosun.com]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