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8연패 수렁…도마위에 오른 기아벤치
기사입력 2000년 01월 16일 14시 10분
허리케인에 휩싸인 가랑잎을 보는 듯 하다.
모진 세파를 견뎌내며 한국 농구사에 한 획을 그었던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최근 8연패(連敗)의 심연으로 침몰하고 있다.
전대미문이랄 수 있는 기아의 부진을 놓고 여러가지 분석들이 쏟아진다. 주전 선수들의 노쇠화, 소속사 변경과 관련된 갖가지 억측,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 등.
이 중 초보 사령탑의 연이은 패착도 거함의 좌초를 부른 요인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15일 수원에서 벌어진 삼성전만 봐도 그렇다. 강동희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맥없이 무너질 기아가 아니었기에 책임은 벤치쪽으로 쏠렸다.
우선 막판에 따라잡을 수 있었는데도 서둘러 게임을 포기한 인상이 짙었다.
7점차로 뒤지던 경기종료 1분여전, 3점슛 한두방이면 점수차를 좁힐 수 있었지만 기아 벤치에선 별다른 지시가 없었다. 파울작전이나 풀코트 프레스로 압박을 가했다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는 게 이날 경기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전반 내내 골밑플레이의 섬세함이나 몸싸움에서 싱글턴의 적수가 되지 못했던 저머니에게 고집스럽게 볼을 투입하는 전술도 의외였다. 기아는 선수 대부분을 하이포스트로 돌리는 올아웃과 함께 골밑에서 1대1 작전을 폈는데 삼성은 이같은 전술을 꿰고 있었다.
거기다 최근 정인교 김영만 등 외곽슈터를 활용하는 패턴플레이도 달라진 게 없었고, 결국 정인교는 30분을 뛰면서도 무득점에 머무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벤치는 상대의 대응에 따라 제2, 제3의 카드를 뽑아들어야 하는데 기아는 임기응변에 문제가 있어보인다"고 일침을 가했다.
[류성옥 기자 watchdo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