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고무줄 잣대' 심판은 코트 조율사?
기사입력 2000년 01월 12일 14시 12분
`이긴 팀은 찜찜하고 진 팀은 억울하고.'
반환점을 돈 프로농구의 화두는 판정이다. 심판도 사람인 이상 완벽한 판정은 무리. NBA(미국프로농구)에서도 게임당 오심 숫자를 한자리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순위다툼에 들어간 요즘 심판들은 `코트의 조율사'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SK와 현대가 양강체제를 이루자 "심판들이 게임을 조절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두팀이 독주하면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란다.
헐리우드액션이나 교묘한 몸동작에 속는 경우도 있고 3초룰 위반이나 공격자파울 등은 심판에 따라 `고무줄 잣대'.
각 구단은 "제시 톰슨씨가 심판부장을 맡은후 심판진이 권위적으로 변했다"고 입을 모은다.
`대쪽판정'으로 인기가 높았던 톰슨부장은 올시즌들어 잦은 오심으로 원성을 사고 있다. 선수들이 툴툴거리면 심판의 본모습도 잊은채 버럭 고함을 지르기 일쑤다. 톰슨부장의 요란한 쇼맨십을 흉내내는 심판들까지 생겼으니 가관이다.
구단은 정식 이의제기를 해도 KBL(한국농구연맹)로부터 "심판평가에 참고하겠다"는 말만 되돌아와 피해의식과 불신이 쌓여간다.
심판이 코트 한가운데 서서 점잖게 판정하는 배구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농구는 다르다. 판정이 잘못 됐다 싶으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팬들이 보기엔 그게 농구의 또다른 묘미다. 항의 정도가 심하면 벌금을 내도록 하면 된다.
선수들의 바램은 단 한가지. "누가 봐달라고 했느냐, 공정하게만 휘슬을 불어달라."
땀흘리는 선수와 판정하는 심판은 동업자다.
[김미연 기자 ibiza＠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