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전여옥 칼럼 '21C 화두는 지식'
기사입력 2000년 01월 05일 15시 31분
며칠전 외신을 통해 오프라 원프리의 북클럽이 한마디로 폭발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프라의 손에 쥐어지면 그날로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이야기다. 고난과 역경을 이긴 한 여성의 `섹서스 스토리'가 주류라서 `오프라식 멜러드라마'라는 비판을 하는 이도 있다지만 나는 여러말 할것없이 `정말로 훌륭하다'고 찬사만을 거듭하고 싶다. 오프라의 이 책읽기 운동으로 몇십년만에 책을 읽었다는 사람이 엄청나다니 말이다.
나같이 책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에도 그런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책읽기 운동이 일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책이라는 것은 누가 읽으라고 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손에 들어야만 하는 자발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공급자인 작가로서 나는 소비자인 독자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왔다. 여러 가지를 느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다음 두가지다.
첫째, 정말로 바쁜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는 점이다. 책을 낸 저자로서 가장 기쁜 순간중의 하나는 자신의 책을 읽고 있는 현장(?)을 목격할때다. 그런 모습을 자주 볼때가 시장에서였다. 동대문이나 남대문 혹은 가게에 들렀을 때 그 짬을, 아주 조각난 시간을 이용해서 손님을 기다리는 와중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사실 바쁘다면 가장 바쁘다고 할 수 있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우리의 미래가 한없이 밝게 보여 하루종일 기분 좋았던 일이 꽤 있다.
둘째, 흔히 우리가 책을 많이 못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책을 열심히 읽는다는 점이다. 얼마전 이른바 꽤 두꺼운 시사지에 글을 쓴 일이 있다. 그런데 독자라면서 내 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 글을 주었다. 조리있는 문장에 내용 역시 뛰어났다. 그의 직업은 나이트클럽의 웨이터였다. 그가 말하기를 시간이 나면 항상 책을 읽는다고 했다. 우선 책은 갖고 다니기 편하고, 페이지만 접어놓으면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수 있고, 다 읽고나면 저축액수처럼 숫자로 남아서 좋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유머러스한 책읽기의 이유다. 나는 그 분보다 더 책읽기의 잇점을 잘 짚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2000년이다. `나는 21세기 사람!'이다. 지난 20세기 내내 아는 사람마다 붙잡고 `나는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 사람이야!'라고 외쳐온 탓에 그 누구도 내가 21세기용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과연 21세기용이 되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 나는 더욱 더 부지런히 책을 읽는것이라고 행동방침을 정했다. 21세기의 코드는 바로 지식이다. 그 지식을 21세기인의 독서가 된 인터넷으로, 혹은 가장 편하고 집약적인 수단인 책읽기로 구체화된다. 분명한 사실은 책이야말로 그 지식에 접근하는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이며 21세기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방송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