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삭발' LG 투혼은 빚났지만…
기사입력 2000년 01월 05일 13시 42분
4일 창원실내체육관은 조명 뿐만 아니라 많은 `빛나리'들 때문이 눈이 부셨다.
홈코트의 LG의 감독과 대부분의 선수들이 머리를 삭발 수준에서부터 스포츠형까지 깎고 출전했기 때문.
사실 아마추어에서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전원이 머리를 깎고 출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프로에서는 거의 없었던 일.
대거 삭발의 발단은 지난 2일 골드뱅크에 패하면서부터 시작됐다. 7연패.
SK도 11연패를 했고 동양도 32연패를 기록해 `7연패'라는 것은 리그를 하는 프로경기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LG는 달랐다.
팀은 물론, 이충희 감독과 정덕화 코치 등 코칭스태프들이 지금까지 뛰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사건'이었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팀의 주장인 박규현과 오성식 등 일부 선수들이 2일 경기가 끝나자 자발적으로 머리를 `빡빡'에 가깝게 잘랐다. 다음날인 3일 많은 선수들이 이에 동참했고 `빡빡'까지는 아니었지만 스포츠형으로 깎았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자발적인 행동에 선수들은 시늉만 할 뿐 크게 호응을 받진 못했다.
이날 저녁 이충희 감독도 머리를 자르고 선수들 앞에 섰다. 모든 선수들 뿐만 아니라 구단 프런트들도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선수생활 때부터 지금까지 머리를 이처럼 잘라본 적이 없는 스타 감독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자르지 않고 있던 나머지 선수들도 모두 이발소와 미장원으로 달려갔고 조금 길게 깎았던 선수들도 4일 오전 다시 머리를 짧게 잘랐다.
4일 삼보와의 경기서 패배, 결국 LG는 창단이후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8연패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에서 권혁철단장과 프런트,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의 등을 다독거리며 `내일'을 기약했다.
[이사부 기자 golf＠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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