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전여옥-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기사입력 1999년 05월 20일 14시 34분
내가 고등학교때부터 나는 이 나라가 뭔가 잘못될 것이라는 감이 잡혔다.
왜냐하면 고등학생인 내가 너무나 불행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학원이나 다름없는 학교를 다니는 대한민국 고교생의 공통된 불행에 나는 속했으니까.
내가 사회에 나와 기자로 일할때였다.
고등학교 선생이 된 내 친구가 아주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는 완전히 사기꾼이야. 반에서 대학에 갈 수 있는 아이는 많아야 열댓명에 불과한데, 너희는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러니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하지. 그러념 아이들이 그래, 선생님, 대학에 갈 수 없는 것은 내가 아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세요라고 정말 할말 없어."
왕따부터 학교내 폭력, 이제는 이상한 집의 아이들 이야기가 절대로 아닌 무단가출.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이 불행의 몸짓을 전 사회를 향해 외치고 있다.
청소년문제를 전담하고 있는 분의 말을 따르면 정말 아무 생각없이 그냥 가출을 하고 있고 그들을 만나면 다들 `나 좀 가만 내버려두라'고 소리친다고 한다.
그 옛날 근로청소년들이 썼던 이른바 벌집은 지금은 가출청소년들의 동거를 위해 주택으로 완전히 변신했다고 한다.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절반은 물론 아이들 자신의 책임도 있다.
그렇지만 오로지 대학에 갈 수 있는 열댓명의 아이들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이끌어왔던 우리의 완전히 잘못된 교육에 그 원인이 있다.
대학에 간다고 훌륭한가?
결코 그렇지 못한데도 불구하고 학벌위주의 사회에서 기죽지 않기 위해 이력서 한줄을 위해서 가는 대학 때문에 우리사회가 병들어가고 있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겁고 흥미진진해야 할 시기를 참으로 불행하게 보내고 있다.
낙오된 소수가 아니라 낙오된 다수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학에 갈 수 없고 대학을 가고 싶어하지 않는 다수의 청소년들을 언제까지 우리의 인문계 교육이 질질 끌고 갈 것인가?
절망과 패배의 전주곡을 내내 들려주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우리 교육은 아닐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대학이 목표가 아니라 `행복한 인생'을 목표로 우리 인문계 교육을 바꾸자.
인문계통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준비기간으로 그들이 3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수'를 위한 체제로 바꾸자.
`왕따'를 대량생산하는 잘못된 교육공정, 하루라도 빨리 멈추자. [방송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