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로이 토비아스-한국에 뿌리 내리는 '발레 전설'
기사입력 1999년 05월 19일 14시 27분
서울발레시어터의 미국인 예술감독 로이 토비아스(72).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무용계에서는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는 그가 지난 18일 조그만 `사건'을 일으켰다.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소에 귀화의향서와 저명인사 추천서, 경력증명서 등 귀화에 필요한 관련서류를 제출한 것. 평소 "한국에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벽안의 노옹이 마침내 `제2의 삶'을 향해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지난해부터 남몰래 한국귀화를 마음먹고 준비를 해왔습니다. 남은 절차를 쉽게 통과했으면 합니다."
서류심사와 인터뷰 등을 거쳐 최종국적을 취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1∼2개월. 한국말이 서툴어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한국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이를 메우고 남을 것으로 주위에서는 보고 있다.
지난 44년 17세의 나이로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에 최연소 입단, 발레 활동을 시작한 토비아스는 50년 뉴욕시티발레단에서 조지 발란신의 수석무용수로 활약하는 등 `일류 코스'를 밟아왔다. 이어 60년대부터는 일본과 프랑스에서 안무자와 예술감독으로 일했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2년 국립발레단 객원안무가로 초빙되면서부터. 그 뒤 88년 유니버설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역임하며 문훈숙 김인희 등 발레스타를 키우며 한국발레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95년부터 서울발레시어터의 예술감독으로 재직중.
"한국의 역동적인 에너지에 반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습니다."
주말이면 경기도 여주에 있는 한옥에서 지내는 그는 "이 땅에 뼈를 묻겠다"고 말하는, 마음은 이미 한국인이다. [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