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사랑] 용병수입의 득과실
기사입력 1999년 05월 11일 14시 24분
메이저리그 출신의 그렉 웰즈가 84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개막초부터 홈런을 펑펑 날리자 소속팀 한큐（현 오릭스）의 홈인 그린스타디움（고베）엔 난리가 났다.
그의 호쾌한 스윙을 보기 위해 팬들이 구름같이 몰려든 것.
웰즈는 결국 그해 퍼시픽리그 홈런왕（37개）을 차지했는데 언론은 화끈한 대포로 야구붐을 일으켰다고 해 별명을 부머（Boomer）로 붙여줬다.
일본 야구팬들은 아직까지 웰즈를 부머로 기억하고 있으며 일본 프로야구 공식기록집에도 이름이 웰즈 대신 부머로 올라 있을 정도다. `용병 수입'이 대성공을 이룬 케이스다.
우리 프로야구도 흥행 부채질을 위해 98년부터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으나 성과는 기대 이하다. IMF여파로 시즌 관중이 97년보다 32.4％가 떨어지는 가운데 `떠받침 역할'을 전혀 못한 것.
특히 타이론 우즈는 통산 한시즌 최다홈런（42개）으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팬들을 모으진 못했다.
용병은 팀전력에도 기대 이하다. 8개팀중 한화만 2명을 개막전부터 풀가동하고 있고 나머지 팀들은 `애물단지 한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기야 길포일（롯데） 카날리（현대）는 조기 퇴출당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 상한은 11만달러（약 1억3200만원）지만 각종 옵션（최고 4만달러）, 숙소제공, 통역원 채용 등 부대비용을 합치면 1인당 3억원 가까이 필요하다. 동료들간에 갈등을 일으키는 것도 문제다.
구단들은 트라이아웃을 폐지하고 대신 내년부터 실시되는 자유계약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정보수집력이 뛰어난 일부 팀은 `수입 첫해'부터 메이저리그 관계자 등의 철저한 자문을 구했음에도 2년째 실패를 거듭해 전망은 불투명하다.
길포일은 지난 8일 `중도하차'를 통보받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한다.
어느 제도든 성공과 실패는 있기 마련이지만 용병수입의 대차대조표를 꼼꼼히 따져볼 시점이 아닐까.
[김수인 야구부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