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세상] 2군출신 화이팅
기사입력 1999년 05월 08일 14시 18분
"이상하게 배가 고파요."
어깨가 아픈 두산 박명환에게 프로 첫 2군생활의 느낌을 물으니 대뜸 그렇게 대답한다.
"팀이 잘나가니까 좋아요. 나 필요없네요…."
역시 2군에서 허송하고 있는 LG 유지현은 말을 아낀다. 자존심 때문인지 답답한 심경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2군이 잠깐 쉬어가는 곳인지 모른다. 그러나 더 많은 선수들에게 2군은 내일의 희망으로 뛰는 `꿈의 그라운드'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희한한 역학관계 하나를 알고있다.
투수 최용호의 공을 칭찬하면 곁에 선 김유봉의 공이 갑자기 좋아진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스물셋 동갑내기는 서울 학동초등학교에서 함께 야구를 시작했고, 나란히 배명고를 다녔다.
지난 95년 똑같이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이후 줄곧 2군에서 고생했다. 힘들고 벅차 주저앉고 싶을때마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자극이 됐다.
4년의 기다림을 견뎌내고 올시즌 나란히 1군에 자리잡은 두 친구의 모습은 대견하다.
97년 LG `러키보이' 신국환이 떴을때 사람들은 `저 선수가 도대체 누군지' 눈을 부벼댔지만 LG코칭스태프는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당시 탄탄했던 쌍둥이 내야에서 기회를 기대하긴 힘들었지만 신국환은 스스로를 믿으면서 2년 동안 2군에서 준비했고, 그에게 닥쳤던 단 한번의 찬스를 잡았다.
무려 5년의 찬밥을 씹어넘기고 데뷔 6년만에 1군생활을 시작한 LG투수 김혁섭은 제2의 `러키보이 스토리'를 준비중이다.
꿈이 있는 사람은 가난하지 않다.
음지의 설움을 알아 더욱 햇살의 따뜻함이 절절한 2군출신의 우뚝한 스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