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요지경 '몰래탕'이 판친다
기사입력 1999년 05월 06일 14시 13분
지난해 8월 당국에서 `증기탕에 여성 입욕 보조자를 두지 못한다'는 조처를 내린 뒤 사실상 문을 닫았던 증기탕이 모락모락 증기를 피우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A호텔.
이 호텔은 지난해까지 `증기탕'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했던 곳이다.
그러나 다른 증기탕과 마찬가지로 당국의 `철퇴'에 한때 영업을 하지 않다가 최근 몰래 문을 열었다.
굳게 닫힌 철문, 아무런 조명도 켜지 않은 내부 등 아무리 봐도 썰렁하기만 하다.
입구를 지키는 여종업원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잡아떼다가 단속반원이 아닌 것을 확인한 뒤에야 "15만원"이라고 값을 말한다.
계산대 옆에는 폐쇄회로 TV가 있어 증기탕 입구와 문 앞의 움직임을 알 수 있도록 해놓았다.
증기탕 업주가 `몰래 영업'에 얼마나 보안을 유지하느라 애를 쓰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증기탕에는 `입욕을 보조하는 아가씨'가 없다.
손님을 일단 받은 뒤 구내 연락망을 통해 호텔 객실에서 대기하던 아가씨를 불러 본격적인 영업을 하는 것이다.
단속반이 들이닥쳤을 때 가장 훌륭한 증거품인 입욕보조자를 감추기 위한 위장술이다.
결국 증기탕은 `보안'을 유지하는 것만 달라졌을 뿐 지난해 8월 이전과 조금도 달라진 게 없이 성업중인 셈이다.
강남구 청담동의 B호텔.
이 호텔 증기탕도 여종업원 한명만 입구에서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손님과 단속반을 구별하고 있다.
물론 증기탕이라는 간판은 어느곳에도 없다.
또 강남구 역삼동의 C호텔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논현동의 D여관에는 1개 층을 임대, 증기탕으로 탈바꿈한 증기탕도 있다.
관계당국은 지난해 8월 사실상 증기탕 폐쇄 조처를 내린 뒤 비밀리에 영업을 하는 곳을 꾸준히 단속해왔지만 업주들은 월 평균 수억원대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황금창고'의 문을 닫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물론 문을 활짝 열고 아무나 받지 못하는 만큼 수입은 예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어 큰돈을 버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얘기다.
술을 마신 뒤 자주 증기탕을 찾는다는 회사원 E씨(35)는 "거래처 사람을 통해 증기탕이 영업을 다시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어떤 때는 손님이 많아 대기실에서 기다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음란퇴폐 행위를 하는 곳으로 지목돼 사실상 문을 닫았던 증기탕은 이제 입에서 입으로 소문을 들은 `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몰래탕이 된 셈이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