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바스켓볼] (10)진정한 최고를 꿈꾸며
기사입력 1999년 04월 28일 13시 43분
내 마음속의 MVP는 지금 대우의 사령탑인 유재학 선배다.
홍익중 1년때인 85년, 우리 농구부는 단체로 연고전을 구경갔다.
텅 빈 체육관에서 결승을 치르곤 했던 우리는 콩나무 시루처럼 꽉 찬 관중석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이런 데서 한번 농구를 해 봤으면…'하고 생각했다.
다음 순간. 연세대의 한 선수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키가 작달만한 선수였다. `어떻게 단신 선수가 저렇게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어린 마음에 경탄스러웠다.
그가 유재학 선배였다.
유선배는 기아 유니폼을 입고 뛰던 시절, 20개의 어시스트로 한게임 최다 어시스트 기록을 세웠다.
내가 올시즌에 세운 어시스트 신기록（16개）을 훨씬 능가하는 `대기록'이다.
지금도 문득 문득 유선배의 플레이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오곤 한다.
프로농구 출범후 우리 팀이 2년연속 우승하며 나도 여러가지 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 상들은 내가 잘해서 받은 상은 아니다.
농구는 혼자서 하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위에선 （강）동희형이나 허 재형을 제쳤다며 과찬해 주지만 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내가 우승팀에 있기 때문에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연세대 시절부터 상무, 현대까지 가는 곳마다 멤버가 좋았다. 그건 행운이었다.
이젠 다음 시즌에 프로농구 최고 대우를 받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프로에서 연봉은 선수의 가치를 대변한다.
아마에서 프로로 진출한뒤 난 욕심을 부리지 않았었다.
올해는 객관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
얼마전 제시 톰슨 KBL 심판부장이 "이상민은 NBA에서도 통할 만한 선수"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해 준 건 고마운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테크닉이나 체력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지도자나 유학 계획은 아직 염두에 두지 않았다.
체력이 닿는 한 선수로 뛰고 싶다.
3연패는 물론 현대가 명문 구단으로 자리를 굳힐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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