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야구인들 이제 하나가 되자
기사입력 1999년 04월 23일 14시 11분
모두가 야구를 사랑한다고 떠든다. 야구발전과 중흥을 목소리 높여 외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박용오총재와 8개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와 야구중흥위원회 등 각종 소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이젠 전현직 감독을 비롯한 야구인들의 친목모임인 일구회까지 나섰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삐그덕거리는 소음뿐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의견을 조율하고, 양보하는 모습은 사라졌다.
대안 있는 건전한 비판보다 인신공격이, 소수의 뜻을 묵살한채 다수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논리만이 통하는 풍토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22일 일구회는 강도 높은 비난의 보도자료를 돌렸다.
`해괴한 제도, 사장들의 목숨 부지를 위한 제도'라는 원색적 단어를 써가며 와일드카드 제도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KBO 이사회는 지난 13일 와일드카드 제도의 도입과 한국시리즈 경기장소 변경 등을 의결했다.
시즌이 개막된지 열흘이 지난 다음이었다.
지난해 12월9일 양대리그제의 도입 등 경기제도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무시했던 것을 몇몇 구단들이 승부조작을 방지하고, 보다 많은 관중을 동원하기 위해 뒤늦게 끄집어내 밀어붙인 결과였다.
일부 구단은 새로운 제도의 장단점에 대해 현장 책임자인 감독과 단한번도 의견을 나누지 않아 야구인들의 불만을 사기도했다.
그러나 제도변경의 시기와 절차 등에 비록 잘못이 있지만 `프로야구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 야구인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야구판을 무조건 끌고 가겠다'는 이사회, `현장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멋대로 해 참을 수 없다'며 사사건건 물고늘어지려는 일구회.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갈 판이다. 올해야말로 야구인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이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