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강우석-'영화, 도박은 닮은꼴'
기사입력 1999년 04월 20일 14시 10분
`노 리스크, 노 게인(NO RISK, NO GAIN)'.
유덕화와 알란탐이 나왔던 홍콩 도박영화 `지존무상'의 카피로도 사용됐던 말로 기억된다.
`위험이 없으면 이익도 없다' `위험이 크면 먹을 알도 많다' 도박에선 특히 그렇다.
영화도 도박과 닮은 점이 많다.
"강감독, 시나리오 좋은 게 있는데 연출 한번 해보지"란 말을 듣고 영화할 때보다 직접 제작에 나선 이후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투캅스'는 많은 위험을 안고 제작까지 겸했는데 결과는 먹는 게 많았다.
또 영화와 도박이 닮은 것은 거기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점이다.
손가락까지 자른 이가 다시 화투판에 돌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영화하다가 안하게 된 사람들도 틈만 나면 영화 얘기를 하면서 그 매력을 잊지 못한다.
영화를 하다보면 돈을 벌 때도 있고, 까먹을 때도 있다.
요즘들어 영화계가 흥행에 너무 민감해지다보니까 위험부담이 거의 없이 영화를 해놓고 돈 번게 별로 없다고 불평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사람은 승부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영화를 도박하듯이 하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돈을 버는 자체가 영화를 하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엔 도전정신이 필요하지만, 정말 무모한 도박은 피해야 한다.
요즘 신인감독중엔 내게 제작에 관해 상의를 해오는 이들이 꽤 많다.
나는 그들의 도전의식을 높이 사고 싶다.
하지만 제작을 하기 전에 자신이 리스크를 감당하고 이겨낼 능력이 있는 지를 먼저 묻고 싶다.
감독중엔 돈계산엔 담을 쌓은 이들도 있는데 비즈니스 감각 없이 섣불리 제작에 손댔다가는 큰 코 다칠 수가 있다.
그리고 `리스크'가 `위험'이란 뜻이라면 위험엔 고통이 따른 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고통이 없이는 성공도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고통이 심해지면 중도에 포기하는 이들도 생긴다.
나는 고통에 신음하는 이들에게 이를 악물고 견뎌내라고 말하고 싶다.
고통이 심할 수록 성공은 오히려 더 가까이 와 있는 것이라고.
최근 영화 `북경반점'을 제작한, 나의 영화친구 안동규 사장이 시사회에 앞서 "산을 넘으니까 또 산이 있더라"고 영화를 해온 경험을 토로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안동규 사장이 험난한 산을 넘고 또 넘어 정상에 서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영화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