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황진이' 전통적 선율에 현대적 재해석
기사입력 1999년 04월 19일 14시 39분
지난 19일 막을 내린 창작 오페라 '황진이'는 제작기간 내내 안팎으로 화제를 모았다. 10년여의 제작기간, 구상(대본) 이영조(작곡) 박동우(무대디자인) 등 쟁쟁한 '스타'들의 집결, 영화감독 이장호의 오페라 연출 데뷔까지.
결과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다.
'절반의 성공'은 전통악기와 서양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진 음악이다. '청산리 벽계수야' 등 시조창이 아리아로 등장하며 자진모리 장단, 굿거리 장단 등이 어색하지 않게 녹아들어갔다. 징, 바리 등 우리의 전통 악기와 관현악기가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안정된 선율을 들러준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한국 오페라의 음악 수준을 한차원 높였다"며 "전통적인 선율을 현대적으로 살려내는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이장호 감독의 원근감을 고려한 공간 사용도 눈길을 끌었다. 1막의 계단을 이용한 상여 장면, 4막 황진이가 집과 함께 공중으로 멀어지는 장면, 조명의 변화로 황진이의 영혼이 사라지는 것을 처리한 장면 등은 신선했다.
출연진 중엔 생기있는 목소리를 과시한 김유섬, 풍부한 성량과 패기넘치는 음색을 보여준 화담 역의 테너 임 산 등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다. 황진이의 아리아들은 지나치게 고음 위주로 흘러 감정의 완급을 살리지 못한 평면적인 느낌. 15, 17일 공연을 한 김영미는 부정확한 발음과 윤기없는 목소리로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또 3시간 20분에 이르는 원 대본을 2시간으로 줄이느라 자막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황진이의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부각시키지 못했으며 임백호의 등장(1회 공연 이후 삭제)은 앞뒤 연결고리를 지나치게 잘라내 사족으로까지 느껴졌다.
또 '의욕적인' 무대가 때로는 소리 울림을 방해한 것, 3막의 엉성한 바리춤, 국악 선율을 어설프게 소화해낸 트럼펫 연주 등도 거슬린다.
가사가 음악적 표현과 자연스레 어우러지지 못한 것도 창작 오페라가 풀어내야할 과제로 심각히 고민해봐야할 대목이다.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