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세상] 아름다운 프로 김용수
기사입력 1999년 04월 16일 14시 29분
며칠전 빌려본 어느 영화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한마디 대사가 기억에 남았다.
"40이란 나이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
LG 김용수가 똑같은 말을 할 것 같다.
어느새 14년, 그는 3×365×14끼니의 프로밥을 먹었고 15일 프로 첫 통산 200세이브를 달성했다.
일본 프로야구에도 없다는 100승－200세이브. 300번의-V자를 그리기 위해 그는 539차례 마운드에 올랐고 77번 패전의 멍에를 썼다.
60년생인 김용수는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이다.
그는 지극히 내성적이다. 크게 모나지 않은 성품이지만 동료들과 왁자하게 어울리거나 화끈하게 호기를 부리는 일은 거의 없다.
해마다 쌍둥이 유니폼을 입는 신인들은 입단식때면 으레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그의 이름을 댄다.
입단후 한달만 지나면 그 소리는 쑥 들어간다.
딱히 스타 김용수에 실망해서가 아니다. 다른 선배들과 달리 `용수 큰형님'에게 다가가기란 쉽지 않다. 편안하게 마음을 터놓거나 자상하게 후배를 챙겨주는 선배가 못된다.
그러나 또 한달이 지나면 후배들은 다시 김용수를 존경하게 된다.
프로를 겪어보면 김용수처럼 철저하게 프로로 살아가는 일이 무지막지하게 어렵다는 것을 절절히 깨닫는 까닭이다.
1m76, 72㎏. 체격좋은 후배들 사이에서 김용수는 작고 호리호리하다. `징그럽도록' 몸을 애지중지했겠다 싶지만 뜻밖에도 김용수는 술을 잘한다.
평균 주량이 상당한 야구선수들 사이에서도 첫손을 다툴만한 주선이다. 그러나 여지껏 그가 술을 먹고 훈련을 그르쳤다는 말은 들은적이 없다.
술먹은 다음날, 그는 더 많은 러닝을 한다. 한방울의 알콜도 그의 핏속에 남아있을수 없을 만큼 뛰고 또 뛴다.
우리 프로야구가 김용수를 가졌음은 뿌듯한 일이다.
출범 18년. 튼튼하게 자라온 뿌리의 증거이기에 드러내놓고 뽐내도 좋을 우리들의 스타다.
